4.7 재보궐선거 앞 쟁점 진단│⑥ 가짜뉴스 3법

'가짜뉴스' '사생활 침해' 이유로 손해배상에 댓글·게시판 차단

2021-02-26 12:55:15 게재

여, 언론인 출신 앞세워 '3월 통과' 강공

야당 법안소위 위원장 강하게 저항

진보 시민단체 "표현 자유 침해 안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가짜뉴스 3법을 놓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과 언론계뿐 아니라 참여연대 등 진보적인 시민단체에서도 반대입장을 내놓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잡기 위해 '표현과 비판의 자유'를 다소 희생하기 보다는 가짜뉴스를 일부 용인하더라도 비판의 공간을 열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이 청와대 등 여권에 대한 비판을 '가짜뉴스' 프레임으로 몰아붙였던 점이 환기되기면서 이같은 법안이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족쇄로 활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26일 민주당 등에 따르면 다음달 2일 여당 미디어언론상생 TF 단장인 노웅래 최고위원과 전국언론노조가 토론회를 갖는다. 언론노조의 토론회 요구를 여당이 수용한 결과다.


토론은 가짜뉴스 3법(정보통신법 개정안, 언론중재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에 집중한다. 윤영찬 의원이 제안한 정보통신법은 가짜뉴스 피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신현영 의원은 △주요 내용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에도 열람차단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양기대 의원은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발생시키는 댓글'에 대해 피해자가 게시판중단 요청을 하게 되면 서비스운영자가 이를 수용해야 하는 의무를 갖도록 했다. 애매하고 광범위한 규제 논란이 불거진 대목이다. 김영호 의원의 '최초 보도의 2분의 1이상 크기 정정보도' 요구와 이원욱 의원의 '형법상 명예훼손 기준이 되는 출판물 등의 범위에 텔레비전 방송을 포함토록 하는' 개정안도 논쟁의 여지가 적지 않아 보인다.

발언하는 김태년 원내대표│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비판은 가짜뉴스? = 최대 논란이 될 수 있었던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는 법안에 담지 않고 언론중재위원회와 법원에 맡기기로 했다. 1인 유튜버 등 '사각지대'에 있는 매체 뿐만 아니라 방송 신문 등 기존 매체도 적용대상에 넣었다.

표현의 자유 최대화보다는 가짜뉴스에 대한 피해 최소화를 노렸다. 이낙연 당대표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기성 언론사도 포함하기로 했다. 포털에 대한 유통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고의적 가짜뉴스와 악의적 허위정보는 명백한 폭력으로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영역이 아니다"고 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언론의 고의적, 악의적 허위보도로 인한 배상금을 올려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하고 명예훼손을 없애는 게 징벌적 손해배상의 내용"이라며 "주 대상이 가짜뉴스의 온상인 유튜브와 SNS, 1인 미디어"라고 했다. "손해배상은 현행법에 있는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에서 고의, 중과실이 입증되는 경우만 적용하는 것"며 "허위사실을 고의로 게재한 경우에만 국한해 정상 언론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광범위한 적용, 애매모호한 기준 등으로 '제재 남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이 일어날 경우 게시판, 댓글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문재인정부 탄생의 기초였던 국정농단 사건 보도도 '비판의 영역'을 넓혀놓은 결과였다는 점에서 여당의 주문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권력에 대한 비판의 칼이 무뎌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쉽지 않은 '3월 통과' = 여당의 입법목표인 '2월 통과'는 무산됐다. 3월 통과도 자신하기 어렵다. 언론노조, 참여연대 등 진보 시민단체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야당의 반대강도 역시 높다. 특히 핵심 법안인 정보통신망법과 언론중재법이 상정된 과기정통위와 문체위의 법안소위 위원장이 야당 소속 의원이다. 정보통신방송심사소위 위원장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윤영찬, 양기대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저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했다.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쉽게 통과시켜줄 것 같지 않다.

다음달 2일 토론회에서는 첨예한 쟁점이 구체화되겠지만 지지층뿐 아니라 전반적인 국민 여론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거부감이 많아 여당이 물러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언론인 출신인 이낙연 대표, 윤영찬 의원, 양기대 의원(이상 동아일보), 노웅래 최고위원(MBC)이 지지층을 겨냥해 언론 재갈물리기에 앞장서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쟁점이 많고 사회적 파장도 적지 않은 만큼 사회적 기구에 의한 대타협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언론의 책임성 제고와 피해구제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그 방안이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하거나 희생시키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우려하게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법안들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4.7 재보선 앞 쟁점 진단"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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