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배달알바 증가, 처우 열악 '여전'

2021-03-24 11:04:30 게재

여성가족부, 유해환경 실태조사 … 초등학생 성인영상 이용률 약 2배 증가

코로나19가 청소년 아르바이트(알바)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배달 알바 비중이 대폭 증가하고 평균 근로시간이 늘었지만 열악한 처우 문제는 여전했다.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미치는 시급을 받거나 부당한 행위에도 딱히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었다.


◆최저시급 미만 29.9%, 평균 근로시간 늘어 = 여성가족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0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지난해 7∼10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 1만45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0.76%p)를 한 결과다.

지난해 청소년 알바 경험률은 4.6%로 2018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근속기간과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오히려 증가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 40시간 초과 비율의 경우 2018년 3.2%에서 2020년 5.9%로 늘었다.

청소년 주요 알바 업종도 변화했다. 음식점·식당 등의 비중은 2018년 45.9%에서 지난해 37.2%로 낮아진 반면 배달·운전 아르바이트 비율은 0.5%에서 15.2%로 대폭 상승했다.

열악한 처우 문제는 여전했다. 알바 청소년 중 29.9%는 최저시급을 못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체불을 경험한 청소년도 18.9%나 됐다. 부당행위 및 처우를 경험한 경우 대부분 참고 일하거나 그냥 일을 그만 두었다는 소극적인 대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 계속 일을 했다'고 응답(중복 응답)한 청소년은 2016년 65.8%, 2018년 70.9%, 2020년 74.1%로 꾸준히 증가했다. 신고 및 상담을 한 경우는 3.4%(2020년)에 불과했다.

◆온라인 공간 관리 강화 시급 = 이번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이 크게 증가했다. 2018년 19.6%에서 2020년 33.8%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PC 노트북 태블릿 등에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집에 있는 PC나 노트북의 경우 설치율이 20.6%밖에 되지 않았다. 학교 컴퓨터 역시 33.8%에 불과했다.

고등학생은 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31.8%)에서 성인용 영상물을 본 것으로 나타난 반면, 초등학생은 인터넷 개인 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21.6%), 포털사이트(19.4%), 스마트폰앱(18.5%), 메신저(18.4%) 등에서 시청한 것으로 조사(중복 응답)됐다. 여가부는 "다양한 매체에 대한 청소년 유해성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공간에 대한 관리 강화의 필요성은 성폭력 피해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청소년 중 성적 모욕감을 주는 행위, 성관계 시도, 스토킹 등의 성폭력 피해를 겪은 응답자들은 피해가 발생한 장소로 온라인 공간(44.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학교(32.5%), 공터·놀이터 등 동네(10.7%) 등의 순이었다. 성폭력 피해 장소로 온라인 공간을 꼽은 비율은 가장 최근 조사 시기인 2018년에는 17.1%에 그쳤지만 2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2018년 온라인을 피해장소로 지목한 여학생은 24.2%였는데 지난해에는 58.4%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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