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궐선거에 임하는 유권자의 자세

2021-03-29 12:27:33 게재
최창수 사이버한국외대 교수 지방행정의회학과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이번 보궐선거는 말 그대로 전임자의 남은 임기인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두 도시를 이끌어 갈 시장을 뽑는 선거다.

그동안의 지방선거는 지방의 문제는 실종된 채 여권의 국정운영 실적을 심판하는 중간평가로 전락한 중앙 정치의 대리전 성격이 강했다.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임에도 과거의 사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통령 선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향후 대통령으로 가는 지름길로 간주되는 우리나라 최대 도시 두 곳의 시장선거라는 이유 때문인지 선거운동은 마치 대통령 선거를 보는 듯하다.

후보들의 공약과 발언 내용이 그렇고, 상대 후보에 대해 비방에 가까운 언사로 거친 비판을 쏟아내는 후보 소속 정당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그렇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나 되었지만 선거운동의 양상은 여전히 상대방 흠집내기가 주를 이룬다. 후보자의 행적이나 비리에 대한 검증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사실에 근거한 지적이어야 한다.

4년 아닌 1년 임기 시장 뽑는 선거

이번 선거는 대통령이 아닌 시장을 뽑는 선거이고, 임기가 4년이 아닌 1년임을 유권자는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이번 보궐선거로 선출될 시장이 임기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후보들의 주장만큼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금년도 예산은 집행 중이고, 추경예산을 편성한다 해도 코로나 관련 분야 외에 쓸 수 있는 여유는 별로 없을 것이다. 또한 내년도 예산편성에 공약을 반영한다 해도 절반도 채 집행하지 못한 채 다시 선거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하기에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의 내용과 실현가능성에 대한 검증은 매우 중요하다. 후보자들의 공약이 재선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번 임기 1년 동안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지방자치의 한축인 지방의회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그리고 중앙정부와의 협의 없이 서울과 부산시장 권한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특히 최근의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후보들이 내놓은 대책들은 전문가들의 검증이 필요하다. 성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중앙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내용도 많기 때문이다. 시민의 분노에 편승해 제시하는 과도한 공약은 신기루일 뿐 시민들의 삶을 개선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일으켜 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교역규모 세계 12대 국가로 발전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과 제2도시 부산이 당면한 문제들은 부동산을 포함해 좀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마도 기존의 사고와 접근방법으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좀더 창의적인 사고에 기반한 정책이 필요하다.

공약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과 함께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입보다는 그들의 과거 행적을 보아야 한다. 맡았던 공직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냈는지, 언행의 일관성은 있는지,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정치적 자리만을 찾아다니지는 않았는지 등등.

분노 잊지 말되 판단 냉정해야

이번 보궐선거를 초래한 원인,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분노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분노에 차서 내린 결정은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분노를 잊지 말되 판단은 냉정해야 한다. 잘못된 선택의 피해는 결국 유권자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