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수시합격생 인터뷰 이희경 (고려대 영어교육학과/상일여고 졸)

2021-04-07 10:13:07 게재

세세한 계획표 짜고 셀프 등교하며 ‘나’를 관리했어요

 막연히 중·고등학교 교사가 꿈이었던 이희경 양은 고교에 진학하며 영어교사로서의 꿈을 구체화했다. 상일여고 교내 영어 관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교육에 대한 다양한 독서활동을 이어가며 진로를 정하고 진학준비를 차근히 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을 기다리는 선생님’이 되는 게 이희경 양의 꿈이다.   
  Q. 고교 3년간 어떻게 진로의 방향을 찾고 진학준비를 했는가?   영어교사가 꿈인 나는 ‘영어’와 ‘교육학’을 연결시키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영어’는 교과시간과 관련대회가 많지만, ‘교육학’은 그렇지 않아서 어떤 식으로 생활기록부를 채워야 할지 난감했다. 지금은 상일여고에 진로선택과목으로 ‘교육학’이 있는데, 내가 다닐 때는 없었다.
그래서 우선 선택한 방법이 통합사회, 국어, 윤리와 사상 등의 과목을 교육과 연관 지어 활동했다. 또 교육 관련 독서활동을 꾸준히 했다. 교육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에게 ‘최고의 교육(로베르타 골린고프 외 1)’,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마사 누스바움)’, ‘배움의 발견(타라 웨스트오버)’, 이렇게 세 권의 책을 추천한다. 사범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친구들과 함께 자율동아리를 만들고, 겨울방학에는 짧게나마 직접 수업을 시연해보는 시간도 매우 의미 깊었다.    Q. 교내활동 중에서 가장 의미 있게 한 활동은? 가장 열심히 한 활동이 실제 진학준비에서 어떤 도움이 되었는가?  3년 내내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2학년 때는 동아리 단장을 맡아 열성적으로 동아리 활동에 참여했다. I.C.E(International Culture Experience: 국제문화체험반)는 주로 영어발표를 하는 동아리이다. 영화나 책, 특정 국가의 경제, 사회, 문화, 자신의 진로 등 발표 주제가 매우 다양하다. 그 중 주요 이벤트가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발표다. 우리 학교의 문화와 한국에 대해 소개하는 발표가 2번(3월 일본, 8월 불가리아)있는데,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큰 활동이었다.   개인적으로, 상일여고에서 가장 좋은 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학생주도탐구활동’이다. 중간고사 이후부터 방학 직전까지 본인이 원하는 과목과 주제에 대해 탐구하는 활동이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본인이 주제를 임의로 선택해도 괜찮다.
학생주도 탐구활동의 가장 큰 매력은 ‘탐구-(선생님의)피드백’의 과정을 3번 거친 후 발표를 한다. 체계적인 선생님의 조언을 반영하여 더욱 수준 높은 활동을 할 수 있고, 수업시간에 발표를 한다. 이 활동을 생기부에 잘 녹여 내고 자소서에도 활용했다.   토요북클럽인 영문소설읽기반 활동도 재미있었다. ‘The Present’, ‘Dead Poets Society’, ‘The Giver’ 등 영어원서를 한 학기당 한 권씩 읽으며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책의 내용에 대해 토의했다. 원서이긴 하지만 분량도 적당하고 무난하게 읽을 만한 난이도였다. 북클럽활동에 이어 ‘영문독서조형예술융합반’에 참여하여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미술 조형물로 표현해보는 시간도 흥미로웠다. 진로와 연결된 교내 활동과 독서, 2년 동안 지역 복지관의 교육봉사 등 나의 관심분야를 많이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 부분은 자소서에 자세히 서술했다. 

  Q. 2학년 때 떨어졌던 내신이 3학년 때 많이 올랐다. 내신 관리의 특징을 말한다면?   나는 상일여고에 수석으로 입학한 장학생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공부도 1등이었냐?’하면 답은 ‘절대 아님’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잘 나왔다는 성공담도 있지만 반대로 성적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1학년 1학기 때의 나는 자만했던 것 같다. 중학교 공부와 고교 공부는 질과 양 부분에서 정말 다르다. 중학교 공부는 ‘잘’하지 않아도 ‘많이’하면 성적이 어느 정도 잘 나온다. 하지만 고교 공부는 공부 양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잘’ 공부해야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정말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길 바란다. 주변 선생님들이나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나는 이런 고민이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1, 2학년 모두 1학기는 성적이 떨어졌다가 2학기 때 겨우 성적을 올렸다. 1학기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2학기의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3학년 1학기는 정말 치열하게 보냈다. 그전까지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던 오답정리도 더욱 열심히 하고, 중간고사를 본 후 나름대로 경향분석도 많이 했다. 그 덕분인지 유종의 미를 거두며 3학년 마지막 시험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수험생이라면 특히 당장의 내신 등급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패를 경험 삼아 다음 시험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Q. 만족할만한 내신과 입시준비를 위해 후배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내신시험 3~4주 전부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시작하기 전에 A4용지에 한 달간의 계획을 짜고 클리어 파일에 넣어서 항상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매일 아침 플래너를 쓰기 전에 이를 참고했다. 각 주마다 어떤 과목을, 얼마나 공부할지를 정했다. 영어와 수학은 학원을 따로 다녔기 때문에 계획을 짤 때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국어와 탐구과목, 그리고 일본어 공부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국어 공부를 제일 먼저 시작해서 꾸준히 이어갔고, 탐구 과목은 국어보다는 단기간에 공부하려고 했다. 주간 목표가 세워졌으면 학교, 학원 스케줄 등을 고려하여 각 요일에 공부 양을 배치했다.  수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생기부 채우는 것에 욕심도 많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목도 많아지니 공부해야 할 분량도 너무 많았다. 해야 할 일들로 머리가 복잡하다보니 오히려 일의 효율이 떨어지고 집중도 잘 안됐다.   이런 일들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큰 스트레스가 되었는데, 끝내 찾게 된 해결책이 ‘계획’을 세우는 거다. 일별 계획부터 주간 계획까지 최대한 세세하게 짜려고 했다. 혹시나 계획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계획표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주었다. 예를 들자면, 국어 공부를 하다가 수학 공부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독서 활동을 할 때 내신 공부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 방법을 깨닫고 난 이후로부터 막연한 불안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Q. 자기 관리를 위해 지켰던 ‘셀프등교’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나는 집에서는 절대로 집중이 안 되는 타입이라 짧은 시간이라도 독서실에 가서 온전히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가 중지되고 설상가상으로 독서실 영업도 금지되었다. 도저히 집에서 집중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특이한 방법을 썼다. 아무도 등교하지 않을 때 혼자서 ‘셀프등교’를 했다. 선생님들은 출근하시지만 학생들만 등교가 중지되는 날들이 있었다.
그럴 때 나는 평소처럼 8시까지 학교에 가서 교실에서 혼자 공부했다. 혼자 있으니까 마스크도 낄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이 방법이 꽤나 괜찮다는 걸 깨닫고 난 이후부터는 평소에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몇 시간씩 더 공부하다가 집에 갔다. 독서실에서 마스크를 끼는 것 보다는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수시준비하며 학교와 학과선택의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6월과 9월 모의고사를 기준으로 적정과 상향 선택을 하여 수시 원서를 썼다. 영어교육과와 영어영문학과를 비교하면, 영어영문의 입결 컷이 더 낮기 때문에 영어영문학과를 쓰라고 권유해주신 분들도 계셨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했는데, 사범대가 없는 서강대와 경희대를 제외하고는 소신을 지켜서 영어교육과를 지원했다. 생기부도 영어영문학과보다는 영어교육과에 더욱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영어교육과를 지원한 4곳 중 3곳에 합격했다.   수시를 준비하며 자신이 다니는 고교의 입시 ‘역사’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몇 년 동안 특정 대학에서 합격자가 없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대학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고등학교의 커리큘럼이 그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와 같은 이유로 고려대는 지원했지만, 연세대는 지원하지 않았다.   Q. 수시와 정시준비는 어떤 방법으로 병행했는가?  수시와 정시 준비는 상황에 따라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정했다. ‘모드 전환’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학교 시험 3주 전부터는 내신시험 공부에만 집중했다. 나 같은 경우 수시 원서 6장이 모두 떨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수능 공부를 했다. 고대와 이대의 경우 수능 최저도 맞춰야 했다. 6월, 9월 모의고사 모두 무난하게 최저를 맞출 정도는 되었지만, 공부에 대해 조금이라도 방심하고 자만하면 바로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였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수능 바로 전날까지 내 성적에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공부하려고 애썼다. ‘자만심은 지난번 내 성적에서 비롯되고, 자신감은 그간의 내 노력에서 나온다.’ 이 말을 가슴 속에 새겼던 게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Q. 코로나시기 입시생의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특별히 체력 관리를 강조하고 싶다. 따로 시간 내서 운동까지 하기에는 고등학생들이 너무 바쁘게 살고 있지 않나. 다만, 체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필요하게 밤을 샌다거나 잠을 줄이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눈을 뜨고 있는 동안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낫다.  또한, 공부시간과 휴식시간을 철저하게 분리하기를 추천한다. 공부 시간에는 100% 집중해서 공부하고, 휴식시간에는 철저하게 쉬기를 바란다. 고3 수험기간에도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 필요하다. 휴식 시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다.    
박경숙 리포터 kitayama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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