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서점이 공공도서관

2021-04-08 11:38:04 게재

관악·강동구 '바로대출' 서초구 '북페이백' … 대출 빨라지고 영세서점에 활로

서울 관악구와 서초구 주민들이 동네 서점을 공공도서관처럼 활용하고 있다. 도서관에 없는 신간 도서를 서점에서 빌리거나 미리 구입하고 비용을 돌려받는 형태다.

관악구는 지역 내 8개 서점과 협업, 새 책을 서점에서 직접 빌려보고 반납하는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를 운영하고 있다. 1인당 한번에 5권, 한달에 10권을 빌릴 수 있다. 도서관 누리집이나 어플리케이션으로 신청한 뒤 '대출안내' 문자를 받으면 지정한 서점을 찾아가면 된다. 반납은 책을 빌린 서점에서만 가능하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바로대출제를 이용한 주민만 1만여명이 넘는다. 매달 960여명이 1770여권을 대출, 빌려간 책만 2만권 이상이다. 관악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도서관이 휴관한 가운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신간 도서를 빠르게 빌려보고 대형서점과 온라인 유통망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지역 서점에는 활기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지역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3주 이내에 반납하면 구매금액을 전액 환불해주는 '북페이백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주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지역 내 9개 서점과 협약을 맺었다.

주민들은 책을 구입한 뒤 공공도서관 누리집에서 신청하고 책을 읽은 뒤 해당 서점에 반납하면 된다. 반납한 책은 구립도서관에 비치, 다른 주민들이 빌려볼 수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인기가 많은 책은 대출이 많은 점을 감안해 같은 종류의 책을 중복 비치할 수 있는 복본 제한규정을 완화해 최대 20권까지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페이백 서비스는 학생뿐 아니라 주민들 전체에 호응이 높다. 매달 이용 건수가 900건에서 많게는 1991건에 달한다. 2019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지난 2월까지 총 1만9953권을 동네 서점에서 바로 빌려줬다.

강동구는 관악구 형태인 동네 서점에서 책을 빌려볼 수 있는 '희망도서 바로대출' 서비스를 다음달부터 도입한다. 지역 서점협의체 '사람이아름다운동네 서점협동조합'과 협약을 맺고 5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다. 구립도서관 정회원은 1인당 2권씩 14일간 빌려볼 수 있다.

공공도서관에서 '희망도서 신청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계는 있다. 책을 구입해 장서등록을 하기까지 2주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강동구 관계자는 "특히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들도 가까운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바로 빌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에서 여러권 소장하고 있는 책이나 만화 수험서 등 일부 서적은 대출에 제한이 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희망도서 바로대출을 통해 주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도서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받았을 동네 서점에도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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