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확대 여부 '주목'

2021-04-09 12:55:51 게재

"달라진 시장상황 반영해야 … 중기 배분계획 전면 재검토 필요"

"외부 압력에 기준 흔들리면 안돼 … 안정적·효율적 운용 중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확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투자자들은 올해 1분기 17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치운 국민연금에 대해 13년간의 박스피를 벗어나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달라진 시장상황을 반영해 국내주식 비중을 확대, 국내 시장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은 안정성과 효율성이 중요하다며 수익성 제고를 위해 외부압력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국민연금공단 글로벌기금관 준공식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축사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9일 오후 2시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 유지규칙(리밸런싱) 검토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서 검토하는 내용은 올해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비중 16.8%는 건드리지 않고 재량권 허용범위를 조정하자는 안이다. 허용범위를 ±2.0%p에서 ±3.0%p ~ ±3.5%p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중기 자산배분 목표비중 관련해서는 지난 1월 29일 기금위 제1차 회의와 2월 24일 회의의 기금운용현황 보고 과정에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달 26일 열린 제3차 기금위 회의에서 검토안을 심의·의결할 계획이었으나 찬반이 팽팽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달 26일 기금위에서 결론 내지 못한 리밸런싱 안건에 대해서만 논의한다.

◆국내주식 비중 일본과 같이 25%로 늘려야 = 이날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오후 1시 기금위 회의가 열리는 더 프라자호텔 정문 앞에서 국민연금 주식 과매도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한투연은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 축소를 지적하며 중기배분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을 16.8%, 해외 주식을 25.1%로 비중 목표를 정했는데 이는 국내 주식시장 상승보다는 해외주식 상승에 베팅한다는 얘기"라며 "국민연금을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탈출 러쉬가 현실화 되면 주식시장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어 국내 주식시장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2025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15%내로 줄이고 대신 해외 주식을 35%로 늘린다는 것은 국내 주식시장을 포기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다.

반면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이웃 일본 GPIF는 자국 주식 투자 비중이 25.28%로 해외 비중 25.36%와 비슷하다. 정 대표는 "지금 국내주식 시장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이런 점을 반영해 국민연금의 중기 배분계획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왜 국내 주식비중을 더 늘리면 안되는지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연금 이사장 및 기금운용위원들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지분 5% 이상을 가진 국내 종목은 총 261개(8일기준)다. 작년 말 273개보다 12개 줄었다.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약 17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며 127개 종목이 지분을 줄였다. 지난 한해 연기금이 내다 판 전체 순매도 금액 약 3조4200억원의 5배를 웃돈다.

◆전략적 자산배분은 수익성 제고 위한 기본원칙 = 반면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 기금이 안정적ㆍ효율적 운용 이외의 외부 요인이나 압력에 따라 규정이 변경되는 점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경제개혁연대는 "기금위의 리밸런싱 검토가 주가하락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와 이를 의식한 정치권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국내 주식투자 비중 허용범위를 변경한다면 합당한 이유와 구체적 근거를 반드시 국민들 앞에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전략적자산배분(SAA)은 국민연금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기본원칙이라며 SAA 허용범위를 확대하더라도 SAA 허용범위와 TAA(전술적자산배분)허용범위를 합친 통합 허용범위는 그대로 ±5.0%p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므로 크게 문제없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이는 매우 어리석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2025년 말 국내주식 투자비중이 15%내로 내려가야한다는 점을 들었다. 올해 말까지 국내주식 투자비중을 16.8%로 낮추면 2025년 말 목표비중인 15% 달성은 크게 어렵지 않겠지만 올해 말까지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계속해서 20%대로 유지한다면 내년에 매각해야 하는 국내주식 수량은 그만큼 더 늘어나 시장에 주는 충격은 더 커지고, 이에 맞선 개인투자자들의 저항 또한 올해보다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리밸런싱이 10여년간 조정이 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며 "자본시장 규모나 변동 폭이 10년 전과 달라졌고 상당 규모에서 조정 폭을 넘어서고 있어 조정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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