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 발자취

세계 최빈국에서 글로벌 무역리더 우뚝

2021-04-09 12:45:53 게재

오징어·쌀·광석 수출하다 반도체·자동차 강국으로

철광석 생사(명주실) 오징어로 시작한 우리나라 수출이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등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1960년대초 생산기반이 전무했던 시절의 우리나라 수출 품목은 광석, 어류, 쌀 등 단순 채취 및 수확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1차 산품이 주류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961년 우리나라 3대 수출품목은 철광석 중석 생사였으며, 제1차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된 1962년엔 쌀 어류 비철광석이 1~3위를 차지했다.


일부 중화학공업 생산기반이 마련된 1970년대에 들어서는 전기기기, 철강판 등도 주요 수출품목에 등재됐다. 하지만 품질경쟁력보다는 값싼 유휴인력을 활용한 가격경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1970년 수출 10억달러, 1977년 수출 100억달러 돌파까지 주요 수출시장은 미국, 일본 2개국 비중이 60%를 넘었다.

1970~1980년대는 의류 직물 신발 등 노동집약적 공산품이 일등공신이었다. 이 시기는 섬유산업 수출의 최절정기로 기록되며 경공업제품 수출호조에 힘입어 1986년 사상 처음으로 무역흑자(31억달러)를 기록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하지만 1975년 20% 이상이던 의류 수출비중은 1982년 16.4%, 1988년 13.9%로 점차 하락했고, 이 자리를 선박 영상기기 자동차 반도체 등 중화학 장치산업이 대체해 나갔다.


1980년대는 우리 수출제조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였고, 수출구조가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중화학공업으로 바뀌는 계기였다. 당시 대규모 설비투자와 정부 지원으로 축적된 기술력과 경영노하우는 현재까지도 우리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호주 등 수출비중이 1%를 초과하는 국가가 14개국으로 늘어나 수출시장다변화가 시작됐다.

1990년대 들어 산업고도화 과정 진전으로 수출산업이 재편됐다. 의류·섬유직물 등 기존 수출 주력품목이 쇠퇴하고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선박 석유제품 등이 5대 품목 반열에 진입했다.

특히 핵심부품의 국산화율 제고 성과로 전자제품 수출구조가 TV와 라디오 등 완성형 제품에서 반도체, 컴퓨터 등 중간재 부품으로 전환되면서 휴대폰과 액정디바이스 등 오늘날의 IT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하였다.

1990년대 초는 독일 통일과 구소련 해체 등 사회주의 국가의 정치격변과 함께 공산권 국가와 교류가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90년 러시아(당시 소련), 1992년 중국과 수교를 맺었고, 이후 중국경제 급성장으로 대중 교역의존도가 높아졌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노동집약적 생산시설이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이와 관련된 원·부자재 수출이 급증했다.

2000년대 초에는 IT산업 부흥 속에 반도체가 우리 수출을 견인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휴대폰이 주요 품목으로 부상한 것을 제외하면 수출품목 구성은 1990년대 후반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일부 품목에선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품질 경쟁력을 지녔고, 세계시장을 선도해나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40여년 만에 세계 최빈국의 경제상황, 부족한 천연자원·자본 한계를 극복하고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선진국형 수출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 시기 대중 교역 증가세는 더욱 가속화돼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등극했다.

2010년 이후 반도체 선박 평판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은 세계 일류상품으로 자리매김했고, 자동차 및 부품도 세계 최고 기술력과 품질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사양 산업으로 여겼던 섬유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용 섬유로 재기하고 있다.

2020년에는 기존 주력산업 뿐만 아니라 친환경차, 전기차배터리, 저장장치(SSD) 신산업도 급성장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진단제품 등 바이오헬스 산업의 성장도 주목된다.

다만 대중국 수출편중은 해결해야할 과제도 제기된다. 2020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1326억달러로 전체 수출중 25.8%를 차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교역은 코로나19로 주요국가들도 대부분 역성장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 상위 10개국 중 수출액 증감율 4위, 수출물량 증감율 2위를 기록하는 등 상대적으로 선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뿐만 아니라 동유럽, 북미지역으로 늘어난 해외생산 시설과 주요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의 경제영토를 전 세계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며 "수출 경쟁력이 우리 경제를 글로벌 무역 리더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수출한국의 발자취" 연재기사]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