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고용쇼크, 여성에 더 가혹했다

2021-04-23 11:36:31 게재

여성 취업자 감소폭 남성의 1.7배

여성 38%가 대면서비스업 종사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이 여성 일자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비중이 큰 숙박·음식점업, 교육 서비스업 등 대면 서비스업에 고용충격이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초등학생 자녀를 둔 기혼 여성의 돌봄 부담이 늘어난 것도 한 이유로 분석된다.

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코로나19 고용 충격의 성별 격차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1차 대확산이 발생한 지난해 3월 핵심 노동연령(25∼54세) 인구 가운데 여성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4만1000명 감소했다. 남성 취업자 수 감소 폭(32만7000명)의 1.7배 수준이다.


◆기혼여성 고용률 하락 =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외환위기를 비롯한 과거 경제위기와 달리 코로나 위기에서는 여성 고용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며 "이는 기혼 여성의 고용률 하락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기혼 여성 취업자가 한 달 내에 실업 상태로 이행할 확률은 1.39%로 남성(0.75%)을 크게 웃돌았다. 기혼 여성 취업자가 아예 경제활동을 중단할 확률은 5.09%로 남성(1.67%)의 3배를 넘어섰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을 직접 받은 대면 서비스 업종의 경우 여성 종사자 비중이 남성보다 높았던 것이 '여성고용쇼크'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위기 직전인 작년 1월 당시 여성 취업자의 38%가 교육, 숙박·음식점업,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등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남성 취업자의 대면 서비스업 종사 비중은 13%에 그쳤다.

◆초등학생 돌봄 부담도 영향 = 코로나19 와중에 여성 취업자가 스스로 일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KDI에 따르면 업종 변수를 통제하더라도 여성 취업자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이행할 확률이 남성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또 연령별로 살펴보면 초등학생 자녀를 두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39∼44세 집단 기혼 여성의 노동 공급이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코로나 위기 중 학교 폐쇄로 인한 자녀 돌봄 부담이 증가하면서 기혼 여성의 노동 공급이 제한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위기에서 부각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특히 고용충격이 컸던 대면 서비스업 등 실직자에 대한 고용 지원을 병행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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