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넘어 다함께

"장애 인식개선, 이벤트보다 일상에서"

2021-04-23 11:42:00 게재

학교 직장 영화 TV 등에서 접촉기회 늘려야 … "공공종사자 장애 공감력 높이기 중요"

2020년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263만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고 대답한 경우가 63.5%나 된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비장애인들의 무지와 편견 때문에 다수 장애인은 차별을 겪고 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포용사회다. 장애인의 삶에 대한 인식개선의 필요성과 방향을 살펴본다.

장애 인식개선 관련 홍보가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성 활동 위주로 이뤄지고, 일상적인 홍보가 부재하다는 지적도 크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슬로건 공익광고 리플렛 등 홍보가 쏟아지지만, 이런 이벤트성 홍보는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애 인식개선 정책과 사업이 장애인 중심으로 변화되기를 기대하며 그 대안을 찾아본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A씨가 다니는 직장 사무실에는 엘리베이터나 리프트와 같은 이동수단이 없다. A씨는 계단과 복도의 봉을 잡고 책상까지 이동해야 했다. 6개월 정도 근무하는 동안 업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회사 사람들이 '보기에 불안하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게 어떠냐'는 말을 계속 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에서도 직장 내 장애 인식개선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당사자나 사업체가 편의시설이나 보장구에 대해 알지 못한 현실을 보여준다.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선거관리위원들이 점자 투표 보조용구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하거나 사용법을 몰라 오랜 시간 투표를 하지 못하고 대기했다. 게다가 투표장에 입장하는 시각장애인을 보고 선거관리위원이 시각장애인이 왔다고 크게 소리쳐 모멸감을 느꼈다.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발달장애인밴드가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진행한 뮤직콘텍트 공연 모습. 사진 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비장애인들의 편견과 이해 부족 때문에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 인식개선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법 정책 제도는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장애에 대해 다름을 인정하고 장애인을 존중하는 장애감수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이 차별을 경험한 경우가 63.5%나 된다.

2019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집 근처에 장애인 생활시설이나 재활시설 등이 세워지면 반대한다'는 응답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대한다는 대답이 2013년 5.8%에서 2015년 7.0%, 2017년 14.5%, 2019년 15.0%로 나타났다. 반대 응답자 중 비장애인은 15.2%, 장애인은 10.5%로 나타났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일까?

청보리 작가의 웹툰. 한국장애인개발원

◆낮은 장애감수성, 편견·차별 낳아 = 여준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장애인에 대한 무지와 편견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울릴 기회가 없으니 비장애인의 눈에는 장애인이 너무 낯설고 잘 모르는 존재로 보인다. 회피하고 외면하다보니 더 멀게 느껴진다. 장애인 입장에 볼 때 차별적 언행이나 정책 추진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넓혀나갈 필요성이 제기된다. 박종혁 충북대 의대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해서 교육하는 제도를 바꾸고, 직장에서도 같이 일할 수 있도록 장애공감 직장문화를 가꾸는 등 일상적인 장애 인식개선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신, 국종록 작가의 웹툰. 한국장애인개발원

◆지속적인 홍보 부재, 이벤트 위주 = 장애 인식개선 사업은 현재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부 등으로 나눠 진행 중이다.

복지부는 영유아-학생-성인 생애주기별 장애 인식개선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배포한다. 교육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웹툰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장애 인식교육을 한다. 고용부는 민간기업에서 장애인 고용과 안정적 근무여건 조성 등 직장 내 인식개선교육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들 부처가 각자 영역에서만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사각지대가 생긴다. 복지부는 영유아 학생까지 콘텐츠를 배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예산의 한계로 민간까지 장애 인식개선사업을 확장하지 못한다. 교육부의 경우 교사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은 없거나 미비한 상황이다. 고용부도 마찬가지. 직장을 다니지 않는 성인을 대상으로는 아무도 교육하지 않는다.

정부는 앞으로 복지부-교육부-고용부 부처 협의를 통해 장애 인식개선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장애 인식개선 관련 홍보가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성 활동 위주로 이뤄지고, 일상적인 홍보가 부재하다는 지적도 많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슬로건 공익광고 리플렛 등 홍보가 쏟아진다. 이런 이벤트성 홍보는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접촉하는 기회를 넓혀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등에 장애인이 자연스럽게 등장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장애 인식개선 방법이라는 제안도 나온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식개선팀 한 담당자는 "장애인이 역경을 이겨낸 모습이라든지 너무나 동정어린 대상으로 연출되는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으로 일상 곳곳에서 등장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생애주기별 교육 컨텐츠 개발 =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유아 때부터 장애인은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조금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초등 중등 고등학생들에게도 교육을 통해 누구나 장애가 될 수 있고, 이 사회는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라고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 6월부터 법정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6만5770곳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개선 교육이 진행된다. 장애인 당사자가 교육 콘텐츠 개발, 교육 실시, 교육 확산 등 전반에 참여하는 모형도 제시된다. 특히 공공 부문 종사자들의 장애 인식개선을 위한 심화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문애준 전남여성장애인연대 대표는 "공공영역 정책결정자들의 경우 그들의 장애 인식 정도가 장애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공공 정책결정자들의 장애감수성 향상을 위한 심화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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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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