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참사 '조폭 개입 의혹' 내사 착수

2021-06-14 11:01:05 게재

조합설립·업체선정 개입정황 포착

10년 전부터 특정인물 꾸준히 거론

광주광역시 동구 철거 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주택재개발사업 조합 설립과 업체 선정과정 등에 조직폭력배들이 개입한 정황을 잡고 내사에 착수했다. 사업초기부터 조직폭력배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또 시민단체가 붕괴 참사 이후 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뒷조사에 나선 것이다.

'철거건물 붕괴참사' 애통한 광주│13일 오전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피해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위해 찾아온 시민이 분향하고 있다.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광주 연합뉴스


13일 경찰에 따르면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붕괴 원인을 규명하는 수사와 함께 조직폭력배 개입 의혹을 내사하고 있다. 이미 특정 인물이 지목됐다. 이 인물은 한때 철거 및 건설업체 운영에 참여했다.

경찰은 이 인물이 붕괴 참사가 발생한 학동 주택재개발사업 4구역과 비슷한 시기에 조합을 설립한 3구역 이권에도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특정 인물이 추진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업체선정까지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탐문하고 있다. 사업 추진과정을 잘 아는 인물은 "특정 인물이 학동 재개발사업에 모두 개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재개발사업은 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시작된다. 사업지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추진위원회 회원으로 가입시킨 뒤 업무대행사를 선정한다. 이후 추진위원장과 업무대행사가 주축이 돼 조합을 설립한다. 조합이 설립되면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시공회사 및 철거용역업체 등을 선정한다. 이 때까지 필요한 자금은 시공사가 대여해 주는 게 업계 관행으로 알려졌다. 2173세대를 짓는 학동 4구역은 지난 2005년 추진위가 구성돼 2007년 7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1237세대가 입주한 3구역은 2004년 추진위가 만들어져 2007년 8월 조합을 설립했다. 특이한 점은 3·4구역 모두 시공사 및 업무대행사, 철거 1차 하도급 업체가 모두 같다.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며, 업무대행사는 M사이며, 철거 1차 하도급 업체는 한솔기업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특정인물이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학동 3·4구역에 모두 개입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내사에 착수한 것은 맞지만 아직 시작 단계"라면서 "구체적 물증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로 4구역 철거작업 불법 하도급이 일부 확인됐다. 철거업체 선정은 일반건축물과 사업구역 내 석면, 지장물 등으로 나눠 각각 업체를 선정했다.

일반건축물 철거는 조합이 현대산업개발과 구역 내 610개 건물 철거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후 한솔기업에게 철거업무를 모두 넘겼다. 이후 한솔기업은 시공실적이 거의 없는 백솔건설에 하도급을 줬다. 지난해 설립된 백솔건설은 건물 붕괴 때 굴삭기로 철거작업을 했던 영세업체다. 경찰은 이 과정이 불법이라고 밝혔다. 다단계 불법 하도급이 이뤄지면서 ㎥ 당 28만원이던 철거비용이 4만700원까지 내려갈 정도로 부실 철거가 이뤄졌다.

석면 철거 역시 불법으로 이뤄졌다. 조합은 석면철거공사를 다원이앤씨와 자형이앤씨에 맡겼다. 다원이앤씨는 이를 백솔건설에 재하도급을 줬다. 계약 당시 백솔건설은 석면 철거 면허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재 백솔건설 대표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방국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