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 세특평가

'세부능력·특기사항 = 진로연계' 강박 버려라

2021-06-16 11:29:47 게재

학업 의지와 태도, 탐구활동 기록 … 과정 중심 평가 이뤄져야 좋은 평가

대학입시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지원자의 개인 역량을 파악할 때 학생부를 중요한 평가자료로 활용한다. 특히 학생의 학업역량과 전공 적합성, 발전 가능성 등을 두루 평가할 수 있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은 매우 중요한 평가항목이다. 학생부 기재 내용이 축소됨에도 불구, 유일하게 기재사항이 강화된 항목 역시 '세특'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지나치게 학생의 진로에 맞춰 세특을 기술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세특은 본래 학생의 과목별 태도, 지적 호기심, 탐구활동 등 수업 참여 과정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항목인데, 해당 과목의 역량을 확인할만한 근거 자료 없이 진로 연계 내용의 기재 유형이 패턴화되고 있다.

학생부의 세특을 진로 맞춤형으로 엮어 바라볼 때 어떤 문제가 있을까. 세특 기재를 둘러싼 학생과 고교 교사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인지, 아울러 대학은 과연 세특을 평가자료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학생부는 학생부 종합 전형의 주요 평가 자료다. 그 중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은 교과 학습 발달 상황의 영역으로 과목별 성취기준에 따른 성취 수준의 특성과 학습활동 참여도 등을 기술하게 돼있다. 여기서 말하는 성취기준은 수업과 평가에 필요한 실질적인 근거와 기준을 말한다.

강성준 충남 논산대건고 교사는 "세특은 말 그대로 교과 수업 내용이나 활동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기록하는 것"이라며 "학생들 역량이 제각기 다르므로, 각 과목에서 학생들이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세특 항목은 담임교사가 기재하는 '개인별 세특'과 교과 담당 교사가 기재하는 '교과별 세특'이 있다. 교과 세특에서는 교과별로 진행한 수업 내용을 포함해 학생이 참여한 발표·토론·실험 실습 등 다양한 교과 경험과 활동을 기록하게 된다.

◆세특과 진로를 연계하는 까닭은 = 최근에는 교사들이 교과 단원과 학생의 진로를 연계해 추가적인 발표나 보고서 작성을 하게 하는 경우가 늘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세특을 진로와 연계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됐다. 본인의 전공 혹은 계열 적합성을 세특 안에서 반드시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 교사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각 과목 안에서 진로와 연관성 있는 합리적인 구조를 잡아 접근해야 한다"며 "모든 과목의 세특에서 한가지 진로를 억지로 맞춰 서술하기보다는 그 과목 안에서 진로 관련 역량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서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한가지의 진로 관련 활동을 여러 과목에 나눠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각 과목의 특성을 통해 자신의 진로에 얼마나 적합한 인재가 돼가고 있는지 성장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단 얘기다. 이를 위해선 그 과목 안에서 내가 키운 진로 역량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고민성 경기 일산고 교사는 "'세특의 개별화'라는 표현 때문인지 많은 교사가 학생의 발표 활동을 세특 기재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학생 입장에서도 발표를 위한 주제 선정을 할 때 가장 접근하기 쉬운 본인의 진로 관련 내용을 고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만약 학생들끼리 희망 진로가 같으면 개별화된 세특 기재가 어려워진다. 이때는 발표 주제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평가·기록하기보다는 주제 선정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발표 보고서를 완성해가는 과정에 교사가 적극 개입해 상호 작용해야 한다. 말 그대로 과정 중심의 평가가 전제돼야만 학생의 성장과 동시에 대학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세특 기록이 나올 수 있다.

◆교과 세특 기재의 딜레마 = 학생부 기재 방식이 바뀌면서 세특 기재를 둘러싼 일선 학교의 어려움도 적지 않다. 수상 경력이나 창의적 체험 활동 등 다른 항목의 기재 분량이 축소된 데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모든 교과의 세특 기재를 의무화하고 있어 교사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김상근 서울 덕원여고 교사는 "학생부에서 교과 세특은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된다"며 "특히 단어나 문장 표현 하나하나에 민감한 학생과 학부모가 적지 않아 교사들도 늘 부담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동안 학생부 기재 노하우가 쌓이면서, 세특 기재 소재에 대한 걱정은 줄어든 편이지만, 학생별 개별화된 기재에 대한 교사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학생의 진로를 파악하고 관련 활동을 세특에 기술할 수 있지만 이를 패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업시간에 진행한 활동이나 과제를 중심으로 학생의 특이사항이나 평가를 기재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특히 보고서나 발표 제목만 봐도 학생의 진로를 미뤄 짐작할 수 있으므로 진로에 관한 내용을 언급할 땐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과목별 세특의 글자수가 500자로 제한돼 있는 점, 나중에 학생의 진로희망이 바뀔 경우 심적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세특의 개별화 왜 어렵나 = 지난 2월 건국대 중앙대 한양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학생부 종합 전형의 학생부 평가 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일선 교사들의 세특 기재의 어려움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전체 학생에 대한 기재 의무, 학생별 개별 기록의 부담, 기재요령과 기재규정 준수 어려움을 비롯해 참여형 수업 진행에 따른 교과 진도 수행의 어려움, 우수학생에 대한 차별화된 우수성 기재 부담, 추후 기록 공개에 따른 부담, 글쓰기 자체 혹은 분량 채우기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표).

세특을 기재하는 교사 입장에서 보면 교과별로 느끼는 어려움에도 차이가 있다. 고민성 경기 일산고 교사는 "교과 특성상 언어를 다루는 국어와 영어는 상대적으로 교사의 주관적 평가 비중이 큰 편"이라며 "'듣기 쓰기 읽기 말하기'라는 교과 성취 기준에 맞춰 학생의 발전 과정이나 성장 모습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기록하기에도 역부족인 면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진로영어'와 '영어Ⅰ'의 교과 성취기준은 대동소이하다. 수학이나 과학 교과에 비해 개별화된 내용을 기록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세특 맞춤형 진로 활동의 한계 = 대부분의 교사는 학생의 세특을 기재할 때 대학 평가를 고려한다. 그렇다면 가장 비중을 두는 평가요소는 무엇일까. 이번 연구에 따르면 대학의 다양한 평가요소 중 어떤 영역에 중점을 두고 기술하는지 묻는 질문에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항목은 '학업'이었다. 그 뒤를 이어 '전공 적합성(진로)'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학생부 종합 전형은 그 학과에 어울리는 학생을 뽑는 것이고, 따라서 그 학과에 적합한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생각하는 교사가 많았다. 강 교사는 "학생들도 세특 안에 본인의 진로가 명확히 드러나야 학업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운 점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진지한 고민이 먼저 이뤄지지 않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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