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 영재학교 원서접수 마무리

영재학교 경쟁률 뚝 떨어져 … 작년의 1/3 수준까지

2021-06-16 11:29:47 게재

지난 7일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끝으로 2022학년 영재학교 원서접수가 마무리됐다. 서울과고 경기과고를 포함해 지원 현황을 발표한 7개교의 정원 내 평균 경쟁률은 6.02:1로 전년도 14:1보다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실시한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 금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낮아진 경쟁률의 원인과 이후 전형에 대한 대비법을 짚어봤다.

◆중복지원 금지에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강화 영향 = 9일 현재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제외한 7개 학교가 경쟁률을 공개했다. 전체적으로 경쟁률 하락폭이 크나 학교별로 상황이 다르다. 서울과고는 6.01:1로 전년 7.61:1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대전과고는 4.53:1로 전년도 12.54:1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역시 8.19:1로 전년(23.33:1)의 1/3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말 교육부는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을 통해 과도한 입학경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까지는 1단계 서류평가 단계에서 여러 영재학교를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중복합격이 가능했다.

2021학년 입학전형을 기준으로 1단계 전형 합격자 9304명의 40% 이상이 중복합격했다. 이후 합격 가능성이 더 큰 학교, 더 선호하는 학교를 선택해 2단계를 응시하는 방식이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중복지원 금지는 이번 경쟁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중복지원이 가능했던 지난해까지 실질 경쟁률을 생각해보면 올해의 경쟁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서울지역 학생들이 타지역 영재학교에 다수 지원했는데 올해는 이런 허수지원이 불가능했다. 경쟁률 하락폭이 서울과고는 낮고, 서울 외 소재 영재학교는 큰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영재학교는 1단계 서류 통과 비율을 밝히지 않는다.

이처럼 허수지원이 줄어든 만큼 지원 의지가 높고 서류에서 역량을 입증한 학생끼리 경쟁하는 만큼 실질 경쟁률까지 떨어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의·약학계열 진학자에 대한 제약도 경쟁률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에 모든 학교에서 보다 강하게 제한을 했다는 것. 의대 진학 시 학점 대신 일반고와 같이 '석차 등급'으로 산출된 성적이 기재되고 영재학교에서 실시한 연구 활동 등에 대한 기록은 삭제한 학생부를 대학에 전송한다. 고교 3년간의 활동기록이 없는 학생부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오 평가이사는 "지금 상황에서 의대진학을 희망하면서 영재학교를 지원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소규모 학교로 재학생의 실력 차가 미미해 일반고처럼 성적을 낼 경우 내신 성적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활동 기록도 삭제돼 수시에서 경쟁력이 낮다. 학생부가 없는 정시로 진학할 수 있겠지만 대학 수준 수업이 이뤄지는 영재학교 교육과정은 수능 준비와는 거리가 멀다. 학교 수업과 수능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데 학업 부담이 크다.

◆지역인재 우선선발 확대 = 이번에 확대된 지역인재 우선선발도 눈여겨봐야 하는 요소다. 지역인재 우선선발은 2020학년 신입생 기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출신 비율이 전체 영재학교 신입생의 72.5%가 되는 등 지역편중이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 도입한 제도다.

2단계 전형 통과자 가운데 학교 소재지 등 지역의 우수학생을 우선 선발한다. 예를 들어 서울과고의 경우 2021학년 입학전형 2단계 통과자(200명) 중 서울지역 25개 자치구와 서울 이외 16개 시도에서 각 2명 이내 우선 선발하는 방식이다. 41개 지역, 최대 82명을 선발할 수 있다.

이해웅 타임교육입시연구소 소장은 "서울 인천 세종에서 실시되었던 우선 선발 제도를 2022학년부터 전면 확대 실시한다. 영재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바람직한 제도지만 많은 영재학교 합격생을 배출했던 서울 강남 3구 등의 학생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수도권 학생들이 지난해까지 대전과고 등에도 많이 지원했으나 지역인재 우선선발 확대로 합격 가능성이 낮아짐을 예측하면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경쟁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단,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지역 인재 우선선발을 실시하지 않는다.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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