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방향, 주민이 결정한다

2021-06-18 11:20:00 게재

서울시 재생방향, 보존보다 개발에 방점

박원순 지우기 대신 오세훈식 실용노선

서울시장 교체보다 집값 폭등이 주원인

솟구친 서울집값이 도시계획 방향까지 바꾸고 있다. 집값 하락과 뉴타운 후유증 때문에 채택됐던 보존중심 도시재생 정책이 정비와 개발 중심으로 선회하고 있다. 꽉 막힌 도시재생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관측과 함께 주거난민 양산 등 양극화를 막을 방법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18일 기존의 보존 위주 도시재생 정책을 정비와 개발을 위주로 한 '보존+정비·개발'을 절충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2세대 도시재생 전략을 발표했다. 도시재생지구로 묶여 있는 곳도 재개발을 허용한다는 것이 새 전략의 골자다. 재생으로 남을지 개발로 전환할지는 주민이 정한다.

도시재생 방향 전환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과 함께 예견됐다. 오 시장은 보궐선거 당시 주택 문제가 심각한 지역을 집중 유세지역으로 정했을 정도로 박원순 전 시장의 보존 위주 도시재생 정책에 정면 비판했다.

이날 발표는 예상과 달리 오 시장이 도시재생을 전면적으로 뒤집지 않기로 했음을 보여준다. 재생이 필요한 곳엔 재생을, 개발이 필요한 곳엔 개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른바 오세훈식 '실용노선'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10년간 추진된 도시재생을 한번위 뒤집을 수 없다는 현실도 이같은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이미 보존 중심 도시재생을 추진 중이거나 불가피하게 보존 방식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곳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재생 방향을 보존에서 개발로 이끈 힘은 무엇보다 '집값 폭등'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보존중심 전략이 채택된 2011년 당시는 뉴타운 광풍이 휩쓸고 간 직후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은 떨어졌고 개발 후유증과 추락한 집값에 실망한 주민들은 돈과 시간 등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뉴타운 재개발 대신 도시재생에 동의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서울 집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끝없이 상승했다. 큰 돈과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내 땅에 집을 올려 부동산 부자 대열에 동참하고 싶은 욕구가 되살아났다. 도시재생지구로 지정돼 공공재개발에서 제외된 곳은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재생 방향이 바뀐 근본 동력은 서울시장 교체가 아닌 집값 폭등"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보존 중심 도시재생의 한계와 문제점이 곳곳에서 나타났고 재생에 발목이 잡혀있던 주민들 불만이 폭넓게 잠복해 있었다"며 "여기에 미리 재개발한 옆동네 주민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을 보면서 '나도 십수억짜리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요구가 분출하면서 재생정책 전환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시 내부에서 지난해말부터 재생정책 전환을 준비해왔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서울시 재생부서 관계자들은 시장 변화와 도시재생 지역 주민들 요구를 파악, 주민들 요구를 보존에만 묶어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다른 시 관계자는 "재생정책 변화를 단순히 박원순 지우기로 보거나 보존 중심 재생 전략이 모두 틀렷다는 식 평가는 단편적 시각"이라며 "시대 변화에 따라 도시계획 전략이 변해야 하고 당시엔 소외된 서민·약자와 역사보존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18일 2세대 도시재생 계획 발표를 계기로 재개발 등 활용가능한 모든 종류 사업기법을 동원해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에 나선다는 목표다. 특히 오 시장 공약인 모아주택을 적극 도입, 소규모주택정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모아주택은 소규모 필지를 보유한 토지주들이 지하주차장 확보가 가능한 면적(500㎡) 이상을 모아 공동주택을 지으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낡은 주택을 새 집으로 바꾸는 동시에 주택가 주차난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서울시가 지난 4월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70% 이상 시민이 도시재생 필요성에 공감했다. '개발'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73.6%에 달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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