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설계사 공모 실손보험 허위 청구

2021-06-18 10:47:50 게재

보약이 상해치료로 둔갑, 7000만원 가로채

피해 손보사가 적발, 설계사 11명 경찰 고발

보험설계사들과 짜고 가짜 서류로 7000여만원의 실손의료보험금을 받은 한의사에게 벌금이 선고됐다. 공모한 설계사들은 경찰에 고발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2단독 신용무 부장판사는 사기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은 한의사 A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A씨는 여러 명의 보험설계사와 공모해 허위 소견서, 처방전, 진료비 세부내역서로 7200만원의 실손의료보험금을 보험사로부터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의 범행은 지난해 갑자기 늘어난 진료비와 지급보험금을 수상히 여긴 P손해보험사의 조사에서 덜미가 잡혔다. P보험사는 보험범죄특수조사팀 조사를 통해 설계사들의 자기계약 허위 청구를 밝혀내고 지난해 7월 설계사 11명을 서울 중랑경찰서에 형사고발 했다.

P보험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병원 매출이 감소해 허위·과잉 진료를 일삼는 병원이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봄부터 조사파트의 검토를 통해 허위 청구를 찾아냈다"고 했다.

밝혀진 A씨와 설계사들의 범행은 2016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한의원에 내원하던 설계사에게 보신제를 처방한 뒤 상해 치료를 위해 첩약을 제공한 것처럼 보험청구서를 꾸몄다. 이렇게 해서 교부받은 실손보험금은 55만원으로 같은 해 9월까지 12회에 걸쳐 총 632만원을 P보험사로부터 받아냈다.

A씨는 다른 설계사와 같은 방법으로 2016년 6월부터 2020년 4월까지 123회에 걸쳐 공진단, 녹용 등을 처방하고도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상해 치료에 필요한 첩약을 제공한 것처럼 속여 6500만원을 보험사에서 받았다.

허위 처방은 보험사기를 눈치챈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보류 결정으로 지난해 8월 멈췄다.

신 부장판사는 A씨에게 "피해 금액이 적지 않고 원거리 거주자에게 택배로 공진단을 보내기도 하고 실손보험 적용 대상인 것처럼 꾸미고,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뒤늦게 반성한 A씨는 신 판사에게 반성문을 제출하고 피해액을 전부 변제했다.

P보험사는 "수사 의뢰한 설계사들 모두가 혐의를 인정하고 사기 금액 전부를 반환한 상태"라며 "관련 사건들의 판결이 확정되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설계사 코드를 박탈하는 등 설계사 징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박광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