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통논쟁' 이어 '지역주의' 시비, 뒤로 가는 여당 경선
말꼬리 잡아 '낙인찍기' … 비전 경쟁 실종
이재명 '대세론' 이낙연 '발광체' 증명 과제
"결선투표 가면 두 쪽 날까 걱정" 우려 키워
◆'호남 불가론'으로 커진 백제론 = 여당 경선에 난데없이 백제역사가 소환됐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한 언론인터뷰에서 지난해 7월 말 이낙연 전 대표와 비공개 환담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 지사에 따르면 당시 이낙연 당대표 후보는 총리 사퇴 이후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았고, 차기 지도자 선호도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호남 출신인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한반도 역사 최초의 호남중심 대통합을 이루고 망국적 지역주를 끝내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덕담을 했다.
이 지사는 인터뷰에서 "그 후로 지지율이 많이 바뀌어 지금은 우리가 이기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면서 "현실적으로 이길 카드가 뭐냐, 봤을 때 제일 중요한 게 확장력이고,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받을 수 있는 후보. 그것도 좀 많이 받을 수 있는 게 저라는 생각이 일단 들었다"고 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대 기관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1주차(전국지표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까지 이재명 지사에게 앞서다가 12월 3주차 이후 이 지사에게 선두자리를 내줬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지지율에서 앞서는 자신이 더 확장력이 있다는 이 지사의 주장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는 24일 SNS에 "호남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은 중대한 실언"이라고 했고,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호남 불가론을 내세우는 것이냐"고 직격했다.
◆호남 지지 표심 염두에 둔 공방 = 호남 출신인 정세균 전 총리도 "용납 못 할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며 이 지사를 '호남 불가론자'로 몰아 세웠다. 이 지사가 인터뷰 녹취록을 띄우면서 "지역주의 조장을 하지 말자면서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영남출신인 김두관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의원 등이 나서 '호남불가론과 무관한 이야기'라고 이 지사의 반박에 힘을 실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어떤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 확장력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문제가 야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영남 역차별' 논란을 일으킨 이 지사의 안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도도 없이 말하는 정치인이 있나요"라며 "안동 발언은 해명 자체가 사실과 달랐다"고 지적했다. 일회적 해명 등으로 해소된 사안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 안팎에선 확장력을 언급한 이 지사나, '호남불가론이냐'고 반박한 이 전 대표 모두 호남표심을 염두에 둔 이슈화로 평가한다.
당내 비주류로 평가되지만 지지율에서 앞선 이 지사는 본경선 승리를 위해서는 호남 지지층의 확실한 인증이 절실하다. 당선가능성을 무기로 호남 표심을 견인하겠다는 의도다. 문재인정부 최초 총리 후 유력한 차기주자로 평가 받았던 이 전 대표는 호남에서 이 지사에게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것에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호남출신 주자로도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주는 것이 관건이다. 4대기관의 7월 3주차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19~21일. 1003명)에서 이재명 27% 윤석열 19% 이낙연 14%였는데 호남(99명)에선 이재명 33% 이낙연 31%로 박빙이었다.
◆"2등 지지자, 1등에게 가겠나" =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기준으로 한 이른바 '민주당 적자론'에 이어 호남 불가론 논란이 불거지면서 민주당 경선이 퇴행 시비로 번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이재명 이낙연 후보가 들고나온 기본소득·신복지 체계 등 정책적 차별성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면서 "적통이나 지역주의 운운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사는 왜 대세론에 올라서지 못했는지, 이 전 대표는 대세론이 왜 깨졌는지를 살피고 대안을 제시하는게 급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퇴행적 이슈가 경선 이후의 단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그는 "결선투표가 진행된다면 1, 2위 캠프는 사활을 걸고 상대를 공격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의 공방이라면 2등 지지세력이 1등 후보를 지지한다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6일 최고위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노무현·문재인 시기를 거치며 최소한 민주당에서는 지역주의의 강을 건넜다"며 "더는 (지역주의가) 발 붙일 곳 없다. 원팀 정신으로 갑시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