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통논쟁' 이어 '지역주의' 시비, 뒤로 가는 여당 경선

2021-07-26 11:16:22 게재

말꼬리 잡아 '낙인찍기' … 비전 경쟁 실종

이재명 '대세론' 이낙연 '발광체' 증명 과제

"결선투표 가면 두 쪽 날까 걱정" 우려 키워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지역주의 시비가 동원됐다. 철 지난 적통논쟁으로 '퇴행' 비판을 받는 등 대선경선을 과거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당 선관위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 과거 이슈논쟁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민주당 대선경선의 퇴행 논란은 1, 2위 주자가 대세론과 후보경쟁력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주자 각각의 '불안감'이 금도로 여겼던 선을 넘나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선투표로 가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 찾은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5일 광주 서구 치평동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며 인사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호남 불가론'으로 커진 백제론 = 여당 경선에 난데없이 백제역사가 소환됐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한 언론인터뷰에서 지난해 7월 말 이낙연 전 대표와 비공개 환담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한 것이 출발점이다.

조문하는 이낙연 후보│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후보가 25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 마련된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 스님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김제=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이 지사에 따르면 당시 이낙연 당대표 후보는 총리 사퇴 이후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았고, 차기 지도자 선호도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호남 출신인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한반도 역사 최초의 호남중심 대통합을 이루고 망국적 지역주를 끝내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덕담을 했다.

이 지사는 인터뷰에서 "그 후로 지지율이 많이 바뀌어 지금은 우리가 이기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면서 "현실적으로 이길 카드가 뭐냐, 봤을 때 제일 중요한 게 확장력이고,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받을 수 있는 후보. 그것도 좀 많이 받을 수 있는 게 저라는 생각이 일단 들었다"고 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대 기관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1주차(전국지표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까지 이재명 지사에게 앞서다가 12월 3주차 이후 이 지사에게 선두자리를 내줬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지지율에서 앞서는 자신이 더 확장력이 있다는 이 지사의 주장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는 24일 SNS에 "호남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은 중대한 실언"이라고 했고,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호남 불가론을 내세우는 것이냐"고 직격했다.

◆호남 지지 표심 염두에 둔 공방 = 호남 출신인 정세균 전 총리도 "용납 못 할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며 이 지사를 '호남 불가론자'로 몰아 세웠다. 이 지사가 인터뷰 녹취록을 띄우면서 "지역주의 조장을 하지 말자면서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영남출신인 김두관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의원 등이 나서 '호남불가론과 무관한 이야기'라고 이 지사의 반박에 힘을 실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어떤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 확장력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문제가 야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영남 역차별' 논란을 일으킨 이 지사의 안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도도 없이 말하는 정치인이 있나요"라며 "안동 발언은 해명 자체가 사실과 달랐다"고 지적했다. 일회적 해명 등으로 해소된 사안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 안팎에선 확장력을 언급한 이 지사나, '호남불가론이냐'고 반박한 이 전 대표 모두 호남표심을 염두에 둔 이슈화로 평가한다.

당내 비주류로 평가되지만 지지율에서 앞선 이 지사는 본경선 승리를 위해서는 호남 지지층의 확실한 인증이 절실하다. 당선가능성을 무기로 호남 표심을 견인하겠다는 의도다. 문재인정부 최초 총리 후 유력한 차기주자로 평가 받았던 이 전 대표는 호남에서 이 지사에게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것에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호남출신 주자로도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주는 것이 관건이다. 4대기관의 7월 3주차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19~21일. 1003명)에서 이재명 27% 윤석열 19% 이낙연 14%였는데 호남(99명)에선 이재명 33% 이낙연 31%로 박빙이었다.

◆"2등 지지자, 1등에게 가겠나" =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기준으로 한 이른바 '민주당 적자론'에 이어 호남 불가론 논란이 불거지면서 민주당 경선이 퇴행 시비로 번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이재명 이낙연 후보가 들고나온 기본소득·신복지 체계 등 정책적 차별성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면서 "적통이나 지역주의 운운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사는 왜 대세론에 올라서지 못했는지, 이 전 대표는 대세론이 왜 깨졌는지를 살피고 대안을 제시하는게 급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퇴행적 이슈가 경선 이후의 단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그는 "결선투표가 진행된다면 1, 2위 캠프는 사활을 걸고 상대를 공격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의 공방이라면 2등 지지세력이 1등 후보를 지지한다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6일 최고위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노무현·문재인 시기를 거치며 최소한 민주당에서는 지역주의의 강을 건넜다"며 "더는 (지역주의가) 발 붙일 곳 없다. 원팀 정신으로 갑시다"라고 촉구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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