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놓고 대치

2021-07-26 12:07:08 게재

서울시 여러 차례 물품 반출 시도

유족·단체 노숙농성하며 막아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기억공간)'을 두고 내부 물품을 빼내려는 서울시와 지키려는 유족 측의 대치가 계속됐다.

26일 서울시 총무과장은 오전 7시 10분쯤 '철거 요구' 공문을 갖고와 유족 측에 전달하려 했지만 유족 측이 수령을 거부하자 구두로 내용을 설명한 뒤 되돌아갔다.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두고 서울시·유족 갈등│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예고한 26일 오전, 세월호 기억공간 입구에서 서울시 김혁 총무과장(왼쪽)이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에게 철거와 관련한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서울시는 전날에도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 차례에 걸쳐 관계자들을 보내 기억공간 내부의 사진과 물품을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유족과 관련 단체 회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유족 측은 "서울시에서 기억공간 철거를 전제로 내부를 둘러보겠다고 했지만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의 항의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앞서 23일과 24일에도 여러 차례 기억공간 내부 물품을 이전하려다 실패했다.

현재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회원, 시민들은 세월호 기억공간을 지키기 위한 노숙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억공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시작되는 시점까지만 존치하고 이후 이전 계획은 없다"며 "유족 측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예정된 행정 절차인 만큼 유족이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기억공간에 있던 사진과 물품 등을 서울기록원에 임시 보관한 뒤 2024년 5월 경기도 안산시 화랑공원에 추모 시설이 완공되면 다시 이전할 계획이다.

유족 측은 "세월호 기억공간은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의 기억, 추모의 공간이며 국가의 책무를 묻는 역사적 장소"라며 "공간의 강제 철거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철거를 중단하고 시설의 재설치 방안 등 계획을 서울시에 권고해 달라며 2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과 긴급구제 신청을 냈다.

25일에는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유가족, 태안화력발전 고 김용균 군 어머니 김미숙 씨 등 70명의 재난·산재 참사 피해 가족들이 오세훈 서울시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철거를 중단하고 대안 마련에 함께 협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억공간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이 공간은 오래됐고 촛불의 시초로도 자리매김한 곳"이라며 "서울시가 소통하려는 노력이나 대안 없이 공사를 이유로 무조건 빼라고 하니 많이 갑갑하다"고 말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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