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퇴원하면 '중간집' 거쳐 집으로

2021-08-17 11:37:41 게재

은평구 돌봄숙박 '케어 비앤비'

월 20만원, 의료·재활·일상훈련

지역사회 복귀지원 새 주거모형

"몸이 말을 잘 안들었지. 편하게 지내면서 열심히 하라는 대로 했더니 기분에 좀 나아."

뇌경색으로 초기 파킨슨병 징후를 보이던 박 모(77) 할아버지. 두달여 전만해도 종종걸음도 어려워하던 그가 요즘은 발이 여럿인 지팡이에 익숙해져 혼자서 곧잘 걷는다. 전문가들은 "병원과 연계한 의료처치에 프로그램과 운동을 더했더니 도구사용 기술이 늘고 안정적인 독립보행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박 할아버지는 "6개월이 규정이라 4개월 더 있으면 끝난다"며 "가기 싫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 '케어 비앤비(Care Bed and Breakfast)'에 더 머무르고 싶다는 이야기다.

케어 비앤비 입소자들이 치료사와 함께 작업치료를 하고 있다. 사진 은평구 제공


케어 비앤비는 병원에서 퇴원하는 주민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주거모형 '돌봄 숙박'이다. 짧게는 한달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재활주택에 입주해 의료 서비스와 재활·일상생활 훈련을 받은 뒤 본인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입주자들은 방 2개와 화장실 거실을 갖춘 독립공간에서 거주하면서 다양한 '안심' 지원을 받는다. 의사 왕진과 방문간호, 운동과 지역 의료기관을 연계한 재활훈련 등 의료안심은 기본. 순회 돌봄과 영양지원, 보행과 일상생활 훈련 등 생활안심과 자원봉사자나 인근 주민들이 함께 하는 돌봄과 옥상텃밭 가꾸기, 건강모임 등 관계안심도 있다.

입주자 맞춤형 안전시설을 갖춘 독립공간 주거비는 월 20만원이다. 공공요금은 별도이고 하루 세끼와 간식을 6000원에 제공받을 수 있다. 돌봄을 담당하는 가족이 함께 입주해도 공공요금이나 식비 이외에 추가 부담은 없다.

간호와 돌봄 등 안심서비스 비용은 서울시와 은평구에서 지원한다. 은평구 주민이 조합원 2/3 가량을 차지하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에 응모, 지원을 받게 됐다. 재활주택도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매입임대주택을 저렴하게 제공, 입주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돌봄 숙박에는 뇌병변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수술과 입원 치료 이후 자립생활을 하기까지 재활이 필요한 경우 입주할 수 있다. 마비로 재활운동이 필요하거나 거주지에서는 외부 출입이 어려워 기능회복을 못하는 주민, 입원관리가 필요할 정도로 욕창이 심한 경우에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중위소득 150% 이하, 60세 이상 서울시민에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이 조건을 갖추더라도 개인상담을 거친 뒤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대상자를 정한다. 민혜란 통합돌봄사업팀장은 "최소한 본인 거동이 가능해야 하고 개인 의지와 가족들의 협조 등이 중요한 요건이 된다"며 "2명이 한 공간에서 지내면서 24시간 간병인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밀착돌봄'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구상도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를 받고 퇴원했는데 다시 넘어져 다치는 일이 없도록 절대 안정을 유지하면서 재활을 해야 하는 시민들이 대상이다. 이 경우 입주기간은 최장 2개월이다.

은평구는 구 어르신복지과와 복지정책과 동주민센터를 비롯해 지역 내 의료기관과 복지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상자를 발굴, 연계할 방침이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퇴원하는 주민뿐 아니라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하기 원하는 주민 등에 보다 나은 건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의료와 재활 돌봄을 지원하고 여기에 투입되는 인력이 늘어나며 일자리 확대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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