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내집마련 과정 이해하는 정부 나올까

2021-09-02 11:23:34 게재
정부의 대출규제가 부동산시장에 강한 충격을 던졌다. 대출을 연장하거나 미리 돈 빌릴 곳을 찾아 은행에 줄을 서고 있다는 소식에 강력한 대출규제 처방이 약효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의문이다. 한쪽에서는 주택대출을 막고, 한편에서는 주택을 대량 공급한다고 한다. 대출없이 내집마련의 꿈을 이룬 가정이 몇이나 있을까.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가점유율 통계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자가점유율은 59.2%(2018년 기준)로, OECD 37개국 평균 69.7%보다 10.5%p 낮았다. 자가점유율은 자기소유 주택에 자기가 사는 가구 비율이다. 자가점유가구 중 주택대출이 있는 비중은 24.4%다. 주택을 구입하는 시점에서 대출이 있는 가구를 따지면 비중이 크게 늘어난다. 대출없이 주택을 사는 사람은 30%에도 못미친다는 분석이다.

주택대출 규제가 파생하는 긍정적 효과는 크다. 하지만 현금 가진 사람만 주택을 살 수 있는 극단적 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소수의 주장만은 아닌 것 같다. 입법조사처는 "고가재인 주택에 대한 자가점유를 원하는 가구에게는 주택대출 여부가 자가점유율 제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상환능력 있는 무주택가구에 적합한 다양한 주택금융상품을 공급해 국민주거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들은 내집마련을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세운다. 가계 수입과 대출 일정 등이 나름대로 잘 설계돼 있다. 가족 구성원들이 이를 위해 각자 할일을 정하고 내집마련을 위해 험난한 과정에 함께 나선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내집마련과 같은 치밀함과 끈끈함이 없다. 중장기 로드맵도 없고, 시장 변화에 즉각 반발하는 말초적 반응만 있을 뿐이다. 이런 부동산정책이 반복되다 보니 내집마련에 지친 서민들은 어느 정부든 믿지 않게 된다.

대통령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야권의 유력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전면으로 뒤집겠다고 한다. 양도세를 줄이고, 대출규제도 확 풀겠다는 계획을 자신있게 발표했다. 여권이라도 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계승발전하겠다고 확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음 정권을 차지할 후보가 부동산정책을 성공적으로 입안할 것이라고 보는 국민도 없다. 국내 최대 부동산카페에는 후보들이 제시한 부동산정책에 대한 비판만 줄을 잇고 있다.

차기 정부는 내집마련을 위해 험난한 과정을 걷는 가정의 노력을 살펴봐야 한다. 이를 알아야 부동산정책이 탄탄하게 완성된다. 굳이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힘과 동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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