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없이 '처리'만 하는 무연고 사망자 증가

2021-09-07 12:06:02 게재

지난해 2947건 … 국회입법조사처 "현재는 친족만 장례 가능, 공영장례활성화 필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무연고 사망자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장례 절차없이 시신만 '처리'되고 있어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고된 삶이 마지막 단계에서도 애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7일 발행한 '이슈와논점'에 게재된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기준하 입법조사관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연자 사망자는 2020년 2947건에 달한다.

2016년 1820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 중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건수가 2091건으로 무연고 사망자 건수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대부분 가족과 연이 끊긴 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고립된 삶을 살다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은 무연고 '시신의 처리'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어 최소한의 절차로만 시신처리가 진행된다.

기 입법조사관은 "장례 절차없이 시신만 처리되는 장사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사법은 사망자의 유언이 아닌 경우, 장례를 치룰 수 있는 연고자를 배우자 자녀 부모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의 순서로 규정하고 있다.

장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사망진단서 발급, 사망신고 등의 일련의 단계가 친족인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가까운 지인(사실혼 관계, 지속적 간병을 제공한 경우 동거인 등)이 시신을 인수하여 장례를 치르고자 할 때도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행정처리지침인 '2020 장사업무안내'를 만들어 개인적 친분이나 사회적 연대에 따라 장례주관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는 경우 장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장사업무안내'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처리나 조례에서 따를 의무가 없고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도 한다.

결국 장사법에 따른 연고자가 없고 공영장례가 지원되지 않는 경우에는 장례 절차나 의식 없이 시신 '처리'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기 입법조사관은 "망자의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절차를 마련하도록 법률에 근거를 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본의 경우 생활보호법에 따라 장례를 치를 사람이 있는 경우에 장례부조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민법에서 상주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경우를 다양하게 열어뒀다.

기 입법조사관은 "무연고 시신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공영장례가 치뤄지고 해당 절차가 전국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조례제정 및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혈연이나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애도하고 싶은 사람이 연고자가 되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및 국민인식 전환을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기 입법조사관은 "국민의 인식에 있어서도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장례에 있어서 사망자의 의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사후자기결정권 측면에서도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과 권리가 장례 절차 처리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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