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공정위 압수수색은 검찰의 표적수사"

2021-09-14 10:38:40 게재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

'전속고발 수난시대'서 주장

지철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2018년 전속고발 제도와 관련해 "공정위를 습격했다"는 표현까지 쓰며 검찰의 표적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시 검찰의 공정위 수사가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이 신속하게 추진되도록 하기 위한 '압박'이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지 전 부위원장은 현재 고려대 특임교수를 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6월 공정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당시 현직에 있던 지 전 부위원장 등 전·현직 공무원 12명을 기소했다.

◆실무협의 와중에 압수수색 = 전속고발권은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상 규정이다. 이 조항이 폐지되면 검찰이 기업을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전속고발 폐지는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의 오랜 염원이었다는 게 지 전 부위원장의 주장이다.

당시 전속고발 폐지는 문재인정부 공약이기도 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제 폐지로 가닥을 잡고, 2018년 5~6월 법무부·검찰 등과 실무협의를 진행해왔다. 이 와중에 검찰은 2018년 6월20일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이다.

검찰은 그가 공정위 퇴직 후 중소기업중앙회 감사로 취업한 것이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대법원은 지 부위원장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당시 공정위와 법무부가 전속고발 폐지 방안을 협의 중이었는데 검찰이 돌연 공정위를 '습격'하면서 합의를 유도했다는 게 지 부위원장 설명이다.

◆조사 뒤 검찰 조직개편 = 지 전 부위원장은 최근 펴낸 저서 '전속고발 수난시대'를 통해 "(검찰은) 공정위의 법 집행이 소극적이고 일부 대기업과 유착이 있다는 명분을 표면적으로 내세워 공정위를 급습했다"며 "그러나 검찰의 속내는 누가 봐도 기업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가지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위가 고발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전담하던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공정위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도 의구심을 표했다. 공정위와 조사 관련 자료나 정보를 공유하던 검찰 내 조직이 갑자기 공정위를 조사하는 '칼'로 바뀐 것이다.

조사 직후 공정거래조사부는 3차장 휘하로 개편됐는데, 이를 두고 지 전 부위원장은 "윤석열 중앙지검장, 한동훈 3차장검사, 구상엽 부장검사라는 인사라인으로 개편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 고발이 없으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는' 전속고발 규정 폐지 시도는 "경제 문제를 비경제 문제로 해결하려다 실패한 전형적인 사례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전속고발권 유지가 결정된 데 대해서는 "검찰 권한을 축소하려던 여당이, 전속고발이 폐지되면 오히려 권한을 키워준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천만 다행이고 '역사의 순리'였다"고 평가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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