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경도리조트 부당지원 일부 확인"

2021-09-17 10:43:40 게재

자회사 대출금지 피하려 SPC 설립, 불법대출한 혐의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이 여수 경도리조트 개발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포착, 조사에 착수했다. 리조트 개발과정에서 계열금융회사들이 부당하게 대출을 해줬다는 혐의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보험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정위는 불법대출 과정에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개입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여수 경도리조트는 개발 전 과정에서 박 회장이 상당한 관심을 보인 사업이다. 이 때문에 불법 대출 과정에 박 회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17일 금융권 관계자는 "공정위가 미래에셋의 부당대출 혐의에 대한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면서 "다만 박현주 회장의 관여 여부가 관심사인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상당한 조사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디"고 말했다.

◆가족회사가 지주사 역할 = 미래에셋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이 1대 주주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48.63%), 부인 김미경(10.24%), 자녀(24.57%), 친족(8.43%) 등 총수일가 지분이 91.86%에 달한다. 이 회사는 미래에셋캐피탈(9.98%), 미래에셋자산운용(32.92%)의 주요주주로 그룹의 정점에 있다. 사실상 총수 개인회사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계열사들로부터 일감을 받아 수익을 내는 미래에셋펀드서비스(지분 100%)와 와이케이디벨롭먼트(YKD, 66.7%) 등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공정위는 YKD가 경도리조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2016년 8월 8일 설립된 이 회사는 여수시 경도의 골프, 콘도미니엄 등 종합레저시설 운영 및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YKD가 59.14%의 이익을 배분받고, 그 이익은 YKD의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컨설팅 등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 없어 최대수혜자는 박 회장이 되는 셈이다.

◆개발자금 어디서 왔나 = 여수 경도 리조트 사업은 당초 전남개발공사가 시작하다가 2017년 1월 YKD가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초기개발자금이 필요했지만 YKD는 미래에셋증권과 생명보험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YKD의 모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이들 회사의 모회사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보험업법상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 조항 탓이다. 고객 돈을 운용하는 금융투자업자가 대주주에게 부당하게 돈을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미래에셋은 YKD 아래에 SPC인 지알디벨롭먼트(GRD)를 설립했다. YKD가 지분 37.4%를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페이퍼컴퍼니인 만큼 계열사로 편입되지 않을 수 있다는 법률자문을 거쳤다. 대기업이 SPC 지분을 30% 이상 소유하더라도 건설기간 동안 계열사 편입을 유예받는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활용했다.

이후 GRD는 미래에셋증권, 생명보험으로부터 각각 396억원, 180억원의 대출을 받아 리조트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대주주 이익과 관련된 사업이지만 SPC라는 이유로 규제망에서 벗어났다.

◆공정위 조사 핵심은 = 하지만 '계열사 편입 유예 조항'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미래에셋이나 박 회장이 SPC의 임원 구성이나 사업운용 등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공정위가 조사를 집중하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실제로는 GRD를 경영하면서도, 계열사 지정은 회피해 금융 자회사들의 대출을 가능하도록 한 것 아니냔 것이다.

관련 법령을 보면 '통상의 거래범위를 초과해 거래하거나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공정위는 YKD를 계열사로 강제 지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지시나 개입이 있었다면 공정위가 법인은 물론 박 회장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사전에 법무법인 4곳의 법률검토를 거쳐 GRD를 비계열회사로 판정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GRD은 개발사업을 위해 시행사, 시공사, 분양대행사가 골고루 참여한 SPC이므로 YKD가 독자적으로 지배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대부분 PF가 SPC를 통해 사업을 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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