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리기사 17%, 뇌심혈관 최고위험군

2021-10-12 11:52:54 게재

건강검진 결과, 병가·휴직 필요

건강상태, 일반노동자보다 열악

대리운전과 음식배달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뇌심혈관계 질환 등 건강위험에 심하게 노출돼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5일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플랫폼이동 노동자 건강권 실태와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윤진하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음식배달·대리운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건강검진 결과는 안전보건공단 '필수농동자 직종별 건강진단' 사업을 통해 대리운전 노동자 44명과 음식배달 노동자 4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진행됐다. 이들의 전체 평균 연령은 50.4세로 대리운전 노동자는 55.1세였고, 배달음식 노동자는 43.5세였다.

뇌심혈관계 위험 판정 수준을 보면 즉각적 조치가 필요한 최고위험군이 17%(14명)로 조사됐다. 고위험군은 20%(17명)로 고위험군 이상이 37%나 됐다. 이어 중증도 위험군 33%(28명), 저위험군 20%(17명)이었다. 건강한 상태인 사람은 10%(8명)에 불과했다.

최고위험군을 직종별로 보면 대리운전 노동자 23%(10명), 음식배달 노동자 10%(4명)가 병가 또는 휴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윤 교수는 "사업장이 있는 일반노동자 기준의 판단 지침이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는 병가나 휴직이 없어 필요한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20%(17명)였다. 자신이 고혈압인지 모르거나 알면서도 치료받지 않아 생활요법이나 약물치료 이상의 조치가 필요한 사람은 28%(24명)이었다.

플랫폼이동 노동자의 건강상태는 일반사업장 야간노동자보다 더 열악했다. 일반 야간노동자와의 비교는 특수건강검진-CDM 자료를 이용했다.

야간에 일을 많이 하는 대리운전 노동자 2명 중 1명(50%)은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가벼운 불면증 36%, 중증도 불면증 5%, 심한 불면증 9%로 나타났다. 중증도 이상의 불면증 진단을 받은 대리운전 노동자는 14%로 일반 야간노동자(10%)보다 높았다.

위장관계 질환 관련 증상이 있는 경우도 18%로 일반 야간노동자(6%)보다 3배 높았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이후 24시간 문을 여는 음식점이 없어지면서 굶다가 폭식하는 행위가 이어져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단계 비만도의 경우 일반노동자는 2%, 플랫폼이동 노동자(배달·대리기사)는 15%였다. 고혈압(1·2기)은 각각 22%, 11%였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차이가 없었지만 공복혈당 수치는 차이가 많이 났다. 일반노동자는 위험군이 23%였지만 플랫폼이동 노동자는 56%로 2배 이상 높았다.

대사증후군 분포도도 일반노동자가 9%인데 반해 음식배달 노동자는 16%, 대리운전 노동자는 41%로 크게 높아졌다.

윤 교수는 "플랫폼 노동자는 대면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 특성으로 인해 고객으로부터 폭언이나 욕설에 노출되지만 대응방법이 없어 직무스트레스가 많고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뇌심혈관계 질환과 대사증후군에 대한 즉각적 개입, 야간노동으로 인한 불면증과 위장관계 질환 예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보건관리 기능은 현재 아무 것도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진희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벽 시간에 활동하는 플랫폼이동 노동자들이 집결하는 장소를 대상으로 심야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 연구팀은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출장검진 등 오픈형 건강검진 제도 마련 △플랫폼 노동자 보건관리자 지정 △플랫폼 노동자 내원 건강검진 활성화 및 관리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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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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