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창간28 | 'K-금융 길을 묻다'- (2) 심회된 불균형

코로나 '유동성 파티'에 더 벌어진 빈부격차

2021-10-14 11:33:19 게재

1분위 대비 5분위 시장소득 격차 10배 육박

주식·부동산 등 금융·실물자산 지니계수 상승

코로나19 이후 전례 없는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금융 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치솟는 집값으로 인한 경제적 약자의 주거 불안정성과 상대적 박탈감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로 금융시장은 안정됐지만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급등하고 경제활동에 비해 민간 부채는 빠르게 증가했다. 부채 증가율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앞서 2분기 말 민간신용/GDP 비율은 217.1%(추정치)에 달했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가 본격화한 지난해 1분기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9.82배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9.79배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1분기 7.78배보다 26% 증가한 수치로, 1분위 대비 5분위 시장소득 격차는 10배에 육박한다.

순자산 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집계된 이후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자산 불평등 수준을 살펴보면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404, 경상소득은 0.358, 처분가능소득은 0.346다. 그런데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합산 기준 지니계수는 0.544로 경상소득 기준 지니계수에 비해 0.186 높다. 실물자산 중에서도 부동산자산의 지니계수는 0.636으로 실물자산 지니계수보다 높은 수준이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층별 성장과 고용, 소득, 실물과 금융 등 경제상황 전반에 불평등은 더욱 악화됐다"며 "특히 주택, 부동산, 금융자산 등의 불평등 수준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가계부채는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대비 11.3% 늘어나며 증가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가계소득이 2.3% 증가한 데 반해 가계부채는 이를 크게 상회하는 9.2% 늘어나며 소득·부채 증가율 간 괴리가 커졌다. 특히 중·저소득층(1~3분위)의 대출 증가율이 여타 소득분위의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영세 자영업자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 있어 금리인상 이후 'K자형 회복 격차'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대외 돌발 악재로 금융·실물자산 가격이 하락한다면 채무불이행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급증한 가계부채가 경기회복 속도를 늦춘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부채 증가는 중기적으로 소비 위축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소비성향 감소 등 민간소비의 둔화가 이미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민간소비 약화가 지속될 경우, 대내외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총수요의 둔화로 향후 성장잠재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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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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