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전국민 주식투자시대, 역행하는 금융교육

2021-10-19 11:42:44 게재
중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는 친구가 수업시간 중 주식 때문에 큰 곤란을 겪었다고 했다. 대항해시대 세계 최초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이야기를 하던 중 한 학생이 주식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순식간에 교실은 주식투자에 관한 이야기로 급선회했다고 한다.

동학개미 열풍에도 전혀 주식시장에 관심을 두지 않던 그 친구는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땀을 뻘뻘 흘렸고,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투자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단다.

최근 몇년 사이 10대 주식 투자자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고등학교에서 실전투자를 하는 동아리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이하 미성년자 신규 주식계좌 개설 건수는 47만5399개였다. 전년대비 5배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고, 올해는 이미 50만 계좌를 훌쩍 뛰어넘었다. 증권사들은 미래고객이 아닌 현재고객 확보를 위해 앞다퉈 미성년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를 벌인다.

하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선 금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만든 금융교육 콘텐츠를 공교육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금융교육은 특강 등 일회적 행사에 머무는 수준이다.

형식적으로라도 진행되던 경제교육마저 입시위주의 공교육으로 인해 밀려날 형편에 처했다. 교육업계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향후 2028학년도 수능에서 경제 과목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발표되는 2022년 개정교육과정에 경제 등 일반선택 과목 수를 줄이고 진로선택 융합선택 과목을 확대하는 방향을 잠정 확정했다고 한다.

일반선택 과목수를 줄이면 경제과목이 2028학년도 수능에서 자동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대입 위주 교육에서 경제과목이 빠지면 이제 중·고등학교에서 경제교육은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경제교육의 확대를 권고하고 의무화하는 것과 반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바른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제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합리적 투자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 투자가 아닌 투기를 배울 위험이 크다. 벌써부터 많은 청소년들이 시중 경제 유튜브의 무분별한 정보에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의무화해달라는 청원을 올린 바 있다. 국민들의 금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경제, 특히 금융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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