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19만원짜리 운동화를 200만원에 판다고?

2021-10-21 11:30:48 게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인스타그램에 운동화 4켤레 사진을 올렸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버렸음'이라는 문구와 함께 공개된 운동화는 나이키 한정판 제품.

이 운동화 중 주목을 끈 건 '에어조던1 레트로 로우 x 트레비스스캇 x 프라그먼트'다. 팝스타 '트래비스 스콧'과 나이키, 일본 디자인회사 '프라그먼트'가 협업해 만든 상품이다. 출시하기 전부터 수집가들에게 화제를 모았던 운동화다. 나이키는 응모를 받아 추첨 후 당첨자에게 운동화를 판매했다. 발매가는 18만9000원이었지만 현재 온라인 중고판매 플랫폼에서 150만~200만원에 거래된다.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한 한정판 운동화도 발매가(21만9000원) 100배인 2000만원까지 가격이 오른 사례가 있다.

한정판 상품이 발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자 '리셀테크'(리셀+재테크)라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이 MZ세대에게 관심 비즈니스로 떠올랐다. 최근 리셀테크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주요 상품이던 운동화를 넘어 명품·패션까지 재판매 대상이 됐다.

미국 마케팅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재판매 이용자는 18~34세가 주축이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2020년 소비계층 조사에서도 이용자 약 80%가 MZ세대로 나타났다.

MZ세대가 리셀테크에 열광하는 이유는 리스크가 낮기 때문이다. 희소성 있는 한정판 상품이나 명품은 소장가치가 높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물이 있기 때문에 재판매가 안되면 자신이 소장한다는 마음으로 투자한다.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상품 제작에 참여해 한정판에 대한 소장 욕구를 높인 것도 리셀테크의 인기 요인이다.

가격상승에 따라 상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지분'을 보유하는 재판매 거래도 등장했다. 최근 현물 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는 2억원 상당 롤렉스시계를 10만~2000만원까지 쪼개 판매했다. 이 포트폴리오는 선보인 지 1분 만에 완판됐다. 상품 투자자 70%는 MZ세대 소비자였다. 이들은 20~30% 가량 수익을 기대하고 지분을 매입했다.

일각에서는 리셀테크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시장이 과열되면 상품가격에 거품이 낀다. 거래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해도 해결할 길이 모호하다. 탈세 등 법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리셀테크가 새로운 형태 유통거래로 자리잡기 위해선 신뢰할 수 있는 거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관계 기관에서도 리셀테크에 대한 거래 규모 파악과 올바른 거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새로운 비즈니스가 바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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