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표류하는 온라인플랫폼법, 피해자는 국민

2021-10-26 11:28:10 게재
거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행위를 규제할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처리가 표류하고 있다. 벌써 10개월째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라는 순풍(?)을 만난 플랫폼업체는 덩치를 더 키우고 있다. 반면 대형 플랫폼업체와 계약하거나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이들의 횡포에 속수무책이다. 기존 공정거래법이 신산업인 플랫폼업체의 불공정행위를 모두 규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온플법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1월 27일. 그 전인 지난해 연말 입법예고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상반기 국회처리를 목표로 했던 이 법은 '언제 처리될지 모르는 기약 없는 법안'이 되어가고 있다. 공정위와 방통위가 서로 규제기관을 자처하며 밥그릇싸움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가세하며 점입가경이 되고 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20일 국감에서 "공정위와 방통위는 규제 기관인데 규제와 진흥이 분리되면 산업 활성화에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플랫폼 주무부처는) 과기정통부가 해야 할 것 같다"고 숟가락을 하나 더 얹었다.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부도 시간만 보내고 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2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 "공정위안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갈등이 이어지자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국감 답변에서 "국회에서 법안을 하나로 합쳐달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미국 등 해외에서는 대형 플랫폼업체의 갑질 규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부터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투명성 강화를 위한 이사회 규칙'을 시행 중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 노출 순위 결정 기준을 공개하고, 입점업체에 서비스 중단을 사전에 고지하며 사유를 알리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미 하원은 지난 6월 초당적으로 빅테크 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 패키지 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중소상인·시민단체가 온플법 제정을 촉구하며 정부와 국회의 늑장대처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 머물고 있다.

다행히 최근 들려온 소식은 청와대가 직접 나서 공정위와 방통위간 법안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두 부처의 법안을 모두 처리하되, 중복규제 가능성을 없애는 방식으로 제·개정법안을 손보는 방식이라고 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부처 밥그릇 싸움에 중소기업과 소비자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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