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도 안 피우는데 폐암?

2021-11-12 11:27:05 게재

여성들 '요리매연' 조심을

53세 주부 이영희씨는 목이 자주 쉬고 3주 넘게 기침과 가래가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 CT검사를 했더니 폐암으로 진단됐다. 평생 담배는 입에 대본 적도 없는 이씨는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 흡연자의 질병으로 알고있던 폐암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에서도 늘고 있다.
실내에서 요리를 할 때 발생하는 연기 등 오염된 공기를 항상 밖으로 배출해야 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 분석 결과에 따르면 폐암으로 병원을 찾은 남성 환자는 2010년 3만8168명에서 2016년 5만1845명으로 36% 증가한 반면, 여성 폐암 환자는 2010년 1만6806명에서 2016년 2만7884명으로 66%나 늘었다. 2016년에는 전체 폐암환자 7만9729명 중 35%가 여성 환자로 1/3을 차지했다.

"폐암의 약 85%는 흡연이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폐암의 발생 위험은 직접흡연으로 13배, 장기간 간접흡연으로 1.5배 더 증가한다. 흡연의 양과 기간도 폐암에 걸릴 확률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직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비흡연자가 오랜 기간 흡연자와 함께 생활하며 간접흡연을 하면, 담배 필터로 걸러지지 않은 담배연기를 그대로 흡입하게 돼 발암물질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이다.

여성 폐암 환자의 증가는 이같은 간접흡연과 더불어 음식을 조리할 때 생기는 주방 내 유해연기, 방사성 유해물질 노출, 노령화에 따른 암 발병 자체의 증가 등이 요인으로 추정된다.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비소세포성 폐암 가운데 편평상피세포암은 남성 흡연자에서 많이 발생하는 반면 최근 여성, 특히 젊은 비흡연자에서 선암의 발생빈도가 증가했다"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도 폐암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폐암 발병에는 석면 비소 크롬 등의 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직업적 요인, 공기 중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방사선 물질 등의 환경적 요인, 폐암 가족력이 있는 유전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비흡연 여성이 폐암을 예방하려면 우선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음식을 조리할 때 반드시 창문을 열어 환기하거나 환풍기를 작동해야 한다. 생선이나 고기 등의 음식을 굽거나 볶고 가열을 할 땐 뚜껑을 덮고 조리하는 것이 좋다.

박 교수는 "객혈이나 호흡곤란, 흉부 통증 등 증상이 있을 땐 초기 폐암이 아니라 이미 진행된 폐암이 많으며 경우에 따라 수술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은 흡연 남성에 비해 폐암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 병이 진행된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는 만큼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조기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흡연 여성이라도 45세 이상이나 폐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저선량 폐CT검사 등 정기적으로 폐 검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