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러닝업계 법적 분쟁 '밀크티'가 웃었다

2021-11-25 12:07:23 게재

경쟁사 이직한 직원 놓고 업체간 법적 다툼

2심, 1심 뒤집고 이직 직원 책임 일부 인정

유명 e러닝(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학습)업체가 법적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1·2심 재판부가 서로 다른 결론을 내 주목을 끌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이광만 부장판사)는 천재교육이 아이스크림에듀와 이 회사 경영진, A씨 등을 상대로 한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교과서와 학습지로 널리 알려진 천재교육은 '밀크티'라는 e러닝 사업을 하고 있고, 아이스크림에듀는 '아이스크림 홈런'이라는 이름으로 e러닝 서비스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는 미취학아동이나 초·중등생을 위한 e러닝분야 사교육시장에서는 경쟁 관계다.

2019년 7월 천재교육에 근무하고 있던 한 지역사업국장인 A씨가 사표를 냈다. 사퇴한 다음날 A씨는 아이스크림에듀로 출근했고, 새 회사에서는 전국 지사를 총괄하는 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아이스크림에듀로 회사를 옮긴 것은 A씨뿐만이 아니다. 2016년 1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천재교육에서 아이스크림에듀로 이직한 사람은 49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핵심지역 일부 사업국은 직원 전원이 자리를 옮겼다.

인력들이 대거 경쟁사로 옮겨간 천재교육으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2019년 10월 부정경쟁 및 불공정 거래행위를 했다며 아이스크림에듀를 상대로 6억원의 손해배상을, A씨를 상대로는 전직금지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천재교육은 A씨가 사용하던 컴퓨터를 포렌식한 결과 내부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비밀에 접근·열람했다고 주장했다. 천재교육은 회원모집 및 고객관리 노하우를 취득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에듀가 부당하게 직원들을 유인·채용한 만큼 이에 대한 손해배상 및 관련 자료 폐기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에서는 두 재판부가 사건을 심리했는데 모두 천재교육의 패소로 결론지었다. 부정경쟁행위를 심리한 민사합의11부는 "천재교육 영업방식이 업계와 비교해 차별화·독창적인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직원 일부가 경쟁사로 이직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인력의 부당유인·채용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천재교육은 항소했고, 두 사건 모두 서울고법으로 넘어와 한 재판부가 모두 심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취득한 자료 중 중요성이 높다고 판단한 자료 일부에 대해서 사용금지 및 외부 공개 금지, 폐기를 주문했다. 또 A씨에 대해서는 "천재교육에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이스크림에듀 회사 법인과 경영진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지만 이직한 A씨에 대한 책임은 인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A씨가 천재교육측과 맺은 전직금지 약정은 법률상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동종업계에 1년간 종사하지 못할 경우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이 사건 약정은 천재교육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체결된 것이고, A씨는 사전에 퇴직의사를 전달하고 인수인계를 마쳐 퇴직경위를 허위고지했다고 볼 사정도 없다"고 봤다.

다만 일부 자료를 열람·보관한 것은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A씨가 천재교육의 성과 등에 해당 하는 정보를 폐기하거나 반환하지 않고 승인 없이 반출해 보관하고 있었다"면서 "천재교육은 A씨에게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사용금지와 폐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손해액을 책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A씨가 이직한 후 A씨 부서 매출액은 40억원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 행위가 구체적으로 천재교육에 손해를 입혔는지 수치로 계산하지 못했다. 아이스크림에듀도 A씨를 영입하기 전 전국 7개 지사 영업망을 갖추고 있었다. A씨가 반출한 자료를 아이스크림에듀를 위해 썼는지 알 수 없었다. 반출된 자료는 당시를 기준으로 2년이나 지난 자료다. 재판부는 A씨가 반출한 자료가 활용가치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1000만원으로 정했다. 양측은 모두 판결에 불복해 최근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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