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의 딸이 전하는 고향 이야기

2021-11-29 10:19:39 게재

베스트셀러 작가 강민숙 시인이 다섯번째 시집 '채석강을 읽다'를 출간했다. 시인은 1990년대 중반 출간한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가 34만권 판매되며 일약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 시집은 남편 사망신고와 아이 출생신고를 같이해야 했던 시인이 "그리움을 낳아 기른 슬픈 시인의 사랑"을 노래한 작품이다.

강 시인이 이번엔 고향 부안 이야기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동진강 시인이라 불리는 작가가 본격적으로 고향을 그렸다. '채석강을 읽다'에는 총 4부 77편의 시가 담겨있다.

제1부는 꿈을 안고 살아가는 부안 사람들 이야기다. 제2부는 부안의 바닷가 풍경과 바다 이야기, 제3부는 지친 몸과 마음의 쉼터인 부안 명승지에 대한 노래다. 제4부 하늘이여, 땅이여는 백산 동학농민혁명사에 대한 시적 형상화다.

1~3부는 동진나루, 채석강, 만적사, 곰소 염전 등 고향 지명이나 문화재, 자연에 대해 다양하게 노래하고 있다. 4부의 20편은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시집에는 시인이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추억속 고향의 해 뜨는 아침이 있고 소 몰고 돌아오는 저녁이 있다. 그 안에 시인의 아버지가 있고, 부안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그러나 고향의 백산은 그냥 백산이 아니다. 역사 속의 "앉으면 죽산이요, 서면 백산"이다. 동진나루도, 학당고개도 그냥 나루나 고개가 아니다. 약탈과 야만에 맞서 온 고개이며, 가족을 지키고 양식을 지키던 뼈저린 역사현장이다.

전북 부안이 고향인 강 시인은 동국대에서 문예창작과 석사, 명지대에서 문예창작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동문학상과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외에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 등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채석강을 읽다 / 강민숙 지음 / 실천문학 펴냄 / 1만2000원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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