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챙기기 힘든 아이들에 따뜻한 한끼

2021-12-07 11:30:55 게재

강동구 암사동에 '어린이식당'

2500원으로 8000원짜리 밥상

식생활 교육에 돌봄·놀이까지

"너무 좋죠. 영양가 높아 보이고 가격 싸고, 양도 많고. 일단 애들이 '엄마 너무 맛있어요' 하니까…."

서울 강동구 천호1동 주민 곽옥화(39)씨는 "엄마도 먹으면 안되냐고 했더니 선생님이 '어린이가 아니잖아요' 그러더라"며 웃었다. 맞벌이를 하는 곽씨 부부가 최근 8살과 12살 두 아이의 저녁 걱정을 덜었다. 출근 준비에 바쁜 아침에는 우유와 빵만 주고 점심은 학교 급식에 맡기고 함께 하는 저녁식탁은 늦은 퇴근시간 때문에 대충 차려왔는데 뜻하지 않은 선물이 찾아왔다. 평일 하루 한끼, 아이들 저녁을 챙기는 '어린이식당'이 집 근처에 들어섰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어린이식당을 찾은 아이에 도시락을 전해주고 있다. 사진 강동구 제공


지난달 말 암사동에 문을 연 강동 어린이식당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다른 지자체와 달리 구에서 직접 영양사와 운영진을 채용해 직영한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맞벌이 등으로 인해 아이들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가정을 대상으로 한다.

'백미밥 미역국 제육볶음 탕평채 귤…' '찹쌀현미밥 달걀양파국 두부강정 감자채햄볶음…' 어지간한 집에서도 평일에 차리기 어려운 식탁인데 한끼에 2500원, 편의점 도시락 값도 안된다. 강동구에서 차액을 부담, 8000원 수준 밥상을 받을 수 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처음 구상했다. 저층주거지가 많은 천호·암사동 일대에는 맞벌이와 한부모가정 1인가구가 많다. 이 구청장은 "가정 형편상 아이들 밥 챙기기가 어려워 결식 사례가 많은데 현재 꿈나무카드(아동급식카드)로는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없다"며 "단 한명이라도 소외됨 없도록 행복한 한끼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준비해 4개월 공사 끝에 40평 남짓한 어린이식당을 마련했다. 한번에 30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한다. 강동구에 사는 6~15세 아동이나 지역 초·중학교에 다니는 학생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밥값을 내는 대신 아동급식카드를 이용해도 된다.

어린이식당은 단순히 한끼 식사만 해결하는 공간은 아니다. 주방과 식당은 물론 놀이방과 공동체공간을 배치했다. 식생활·영양 교육과 아이들끼리의 놀이, 교육·문화 프로그램이 함께 하는 돌봄까지 가능하다. 올바른 식습관을 가르치는 '1대 1 어린이 영양교실', 사계절 음식을 만들어보는 '나도 요리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식당을 운영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주민들이 공동체활동이나 모임을 하도록 공간을 빌려준다.

어린이식당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북카페 도서관 다독다독과도 연계한다. 주민들이 책과 차를 매개로 이웃간 정을 두텁게 하도록 마련한 공간인데 어린이식당을 위층에 배치, 자연스럽게 돌봄과 독서생활이 연계되도록 했다. 이정훈 구청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더 비치하고 식사 전후에 다독다독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며 "어린이식당이 돌봄과 공동체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동구는 12월 한달간 시범운영한 뒤 식단 영양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완한 뒤 내년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인근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 공간을 더 확대할 계획도 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건강도시이자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이후 사업평가를 통해 상위단계 인증까지 받은 강동구에 걸맞은 사업"이라며 "균형 잡힌 식단, 돌봄공백 해소를 통해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행복하게 자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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