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미국 오미크론 감염자 속출 "우려하지만 공포는 없다"

2021-12-07 11:56:01 게재

지구촌에 등장한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6개 대륙 약 30개국으로 번진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수도권과 동북부, 중서부와 서부 가리지 않고 감염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최소 16개주에서 오미크론 감염자들이 보고됐다. 현재까지는 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방문자들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들과 접촉했던 지역민의 감염도 시작돼 미 전역으로의 급속한 확산과 지배종 등극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미국정부나 전문가들은 백신을 접종하면 델타변이는 물론 오미크론변이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며 "우려는 하지만 공포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오미크론으로 인한 격리와 봉쇄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정부는 전문가들이 오미크론의 특성과 그 대응책을 파악하는 데 한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미크론의 최선의 방책은 백신"이라며 미접종 성인은 물론 최근 5~11세 어린이 2800만명에게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그리고 백신을 두차례 맞은 미국인 1억명에게 3차 부스터샷을 접종토록 유도하는 백신캠페인에 돌입했다.

미국 지역감염 본격화

12월 첫날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감염자가 보고된 데에 이어 뉴욕과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 서부 워싱턴주, 중서부 미네소타, 하와이까지 최소 16개주에서 오미크론 감염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 주말 오미크론 감염이 새로 보고된 곳은 서부 워싱턴 3명, 중서부 위스콘신 1명, 동북부 코네티컷 1명 등이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수도권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사는 한가족 2명과 다른 1명 등 3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사는 30대 남성도 오미크론 감염으로 확진됐다. 뉴저지에선 백신접종을 마친 여성이 남아공을 다녀왔다가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서부의 네브라스카에선 일가족 5명을 포함해 6명의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왔다.

12월 첫날 미국 최초의 오미크론 감염자가 확인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남아공 여행자에 이어 인근 카운티에서 5명, 남가주인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1명이 확진되는 등 오미크론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서부 콜로라도에선 남아공을 다녀온 여성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최대 도시 뉴욕시를 포함하는 뉴욕주에서는 최소 5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뉴욕시 퀸즈에서 2명, 브루클린과 시내에서 각 1명씩 확진됐으며 서폭 카운티에서는 남아공을 다녀온 67세의 할머니가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미국 내 오미크론 감염자들은 백신접종에도 돌파감염된 사례가 많았다. 대부분은 남아공을 비롯한 남부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돌아온 여행자들이다. 그러나 미국 내 여행이 전혀 없는 오미크론 감염자도 나타나 지역감염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네소타 거주민은 뉴욕시에서 열린 일본만화영화 컨벤션에 다녀온 후 오미크론에 확진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 행사엔 5만3000명이 참석,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와이에서 확진된 오미크론 감염자는 섬 밖으로 여행한 적이 없는데도 확진돼 지역감염으로 분류됐다.

대부분 경미 증상 … 중증입원·사망 없어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델타변이보다 2배 이상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감염자 대부분은 경미한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아직 중증발병으로 입원한 환자나 사망한 사람이 없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미국의 18세 이상 성인의 백신접종 완료율은 71%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백신이 오미크론의 돌파감염을 막아주지는 못해도 중증발병과 사망은 충분히 저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제일 먼저 가장 많이 퍼진 남아공의 경우 하루에 약 2배씩, 불과 2주일 만에 6배 이상 감염자가 급증해 전파력, 전염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가벼운 증상을 겪거나 무증상인 경우도 있고 백신접종자일수록 증상이 경미했다. 백신이 오미크론에서도 중증발병과 사망을 막아주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남아공의 오미크론 감염자 40%는 예전에 한번 걸렸다 다시 감염된 재감염자들로 나타났다. 남아공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접종하지 않은 이전 감염자들의 재감염률은 3배나 높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오미크론 감염자의 30%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로 나타나 비교적 높은 돌파감염률을 기록했다. 다만 백신을 두번 맞은 지 5개월이 지난 경우 백신효과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미크론이 백신 효과를 얼마나 떨어뜨리는지는 더 많은 데이타를 연구분석해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샘플 받아 2주내 특성 파악

미국은 이번주 남아공 등으로부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샘플을 받아 각 연구소에서 쥐실험 등 각종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2주 안에 오미크론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하고 있다.

메릴랜드에 있는 국립보건원(NIH)과 메릴랜드대학 텍사스주립대학 등이 실험을 주도하게 된다. NIH와 메릴랜드대학은 모더나 백신 공동개발자이고 텍사스주립대학은 화이자 백신 연구기관이다.

각 연구소는 오미크론 바이러스 샘플을 백신 접종 쥐에다 투입하는 실험을 통해 오미크론이 백신으로 구축된 면역체계를 어떻게 회피해 돌파감염 시키는지, 얼마나 백신효과를 떨어뜨리는지 등을 파악한다. 또한 백신으로 구축한 두번째 방어선에서 T세포(감염된 세포를 파괴하는 역할)가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는지 여부를 파악해 백신이나 부스터샷만으로 중증발병, 사망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지를 지켜본다.

오미크론변이 바이러스 모형을 구축하고 샘플을 배양하는 데엔 2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이후 한주간 데이터를 분석한다. 오미크론의 특성과 전염력, 중증발병과 사망 위험성, 백신 무력화 또는 효과 저하 정도는 성탄절 즈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모더나, 오미크론 대응에 자신감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와 모더나는 현재의 백신으로도 오미크론에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도 오미크론의 돌연변이에 맞춰 백신 내부 구성을 수정하거나 아예 맞춤형 새 부스터를 개발할 채비에 착수했다.

화이자는 "3차 부스터샷만 맞아도 면역효과 기간을 다시 늘려 오미크론이 중증발병,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태만큼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그러면 새로운 부스터 백신이 필요없어질 수 있다"고 공언했다. 화이자는 그러면서도 이미 오미크론에 대응할 새 부스터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며 6주 내 개발을 완료해 100일안에 배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비해 모더나는 "현재의 백신이 오미크론에 덜 효과적일 수 있다"며 "오미크론의 돌연변이에 맞춘 새 부스터 백신 개발에 착수해 60~90일 내 생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화이자 백신을 공동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 설립자이자 CEO인 우우르 샤힌 박사는 "현재의 백신으로 돌파감염은 아니더라도 중증발병은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의 백신으로 구축된 면역체계는 2단계로 되어 있는데, 1단계에서는 돌연변이가 많은 오미크론이 인체에 침투해 면역체계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샤힌 박사는 "하지만 오미크론에 감염된 세포가 2단계 T세포까지 피하지는 못해 중증발병과 사망에 이르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