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커진 표준감사시간 '과도한 증감'은 제동

2022-01-06 11:14:11 게재

증감률 일정범위 벗어나면 조정 불가피 … 기업·회계법인 '감사시간 줄다리기' 전망

회계제도률개혁 이후 최근 3년간 일률적으로 적용됐던 표준감사시간제도가 앞으로 기업의 특성에 맞게 조정되는 등 자율성이 커질 예정이지만 감사시간의 과도한 증감에 대해서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5일 '표준감사시간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개정안 내용과 '회계환경변화를 고려한 표준감사시간 타당성 검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표준감사시간 타당성 검토' 연구를 진행한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공청회 발표자로 참석해 "(개정된 표준감사시간제도에 따라) 일정범위의 감사시간 조정은 허용하되, 그 이상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한국공인회계사 내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위원회가 감사시간 조정 여부를 검토 후 승인하는 절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표준감사시간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기업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해 유연성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나, 과도하게 조정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 제도의 도입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표준감사시간은 '감사인이 회계감사기준을 충실히 준수하고 적정한 감사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시간'으로 정의돼 있어서 일률적으로 적용돼 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다양한 특성을 가진 기업에 일률적으로 표준감사시간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감사인이 표준감사시간을 활용해 회사에 적용할 감사투입시간을 산정하되, 표준감사시간을 기초로 회사 개별특성 및 고유환경 등을 고려해 최종 감사예정투입시간을 조정해 산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강제로 끌어올린 감사시간 현실화 = 표준감사시간제 시행 이후 부동산 법인들은 과도한 감사시간에 대한 불만이 컸다. 부동산 법인의 경우 자산 규모는 크지만 거래가 단순히 표준감사시간이 적정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반면 저축은행 감사는 표준감사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축은행의 경우 규모가 적지만 거래가 복잡해 정해진 감사시간으로는 충분한 감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표준감사시간 도입 이전에는 감사보수 덤핑 등으로 감사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회계 개혁 이후 3년간 다소 무리하게 강제로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며 "감사시간이 어느 정도 충분해진 만큼 기업 특성에 맞게끔 가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개정된 표준감사시간은 국제회계기준(IFRS)의 운영방식과 마찬가지로 원칙을 제시하고, 기업은 상황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행 초기에는 감사인과 기업의 줄다리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제도가 완화된 만큼 표준감사시간제 시행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감사인들은 지난해 투입된 감사시간을 제시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준감사시간의 과도한 증가와 감소에 대해서는 한국공인회계사 또는 제3의 기관에서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교수는 "회계법인들이 표준감사시간을 늘리려고 하면 그에 맞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반대로 감사시간을 줄이려고 하면 그에 맞은 입증책임을 기업들이 져야 한다"고 말해 양측이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감사품질 개선 효과 뚜렷 = 그는 "감사시간은 과거 완전 자율이었던 것으로 표준감사시간 도입으로 완전 타율화됐고 이제는 반자율, 반타율로 조정된 상태"라며 "기업과 감사인이 합의하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이후 기업의 감사품질은 전체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표준감사시간에서 유예된 기업그룹을 제외할 경우 감사품질 개선효과는 더 뚜렷했다. 회계개혁으로 다른 제도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표준감사시간에서 유예된 기업그룹을 빼고 한 결과에서 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것은 개선효과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김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양승희 세종대 교수, 하원석 중앙대 교수)은 "보다 충실한 분석을 통한 제도개선을 가능케 하기 위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기업별 표준감사시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투입시간, 감사인 숙련도 지수와 관련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달 11일까지 의견조회를 받고 공청회를 통해 접수된 의견 등을 검토, 이달 중순 표준감사시간 개정 공표안을 심의해 공표한다는 계획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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