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 펴진 사다리, 원·하청 2억원 배상해야

2022-01-13 12:19:09 게재

건설면허 대여 업체도 책임

사다리에 올라 전기공사를 하던 작업자가 추락하면서 부상을 입었다. 법원은 작업자를 고용한 업체는 물론 도급업체와 명의를 빌려준 업체까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0단독 이종채 부장판사는 ㄱ씨와 가족들이 A건설과 B건설, C기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ㄱ씨는 2015년 12월 건축공사장에서 전기배관 공사 중 사다리에서 추락해 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ㄱ씨는 'A'자형 사다리에 올라가 작업중이었는데 사다리가 펼쳐지면서 추락해 골절상을 당했다.

외형상 이 공사는 A사가 수주를 하고, B사에게 하도급을 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A사의 종합건설면허를 빌린 B사가 수주했고, 건설면허 대여는 건설산업기본법상 금지된 행위다. B사는 전기공사를 다시 C사에 하도급했다.ㄱ씨는 C사에 고용돼 공사현장에 투입됐다.

ㄱ씨는 사고로 인해 관절강직과 하지 단축, 신경 이상, 추상 장애 등 장해를 입었고, 노동능력은 36.9%를 상실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사고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ㄱ씨에게 휴업급여와 장해급여 1억6000만원 가량을 지급했다.

ㄱ씨는 2018년 A사와 B사, C사 등이 안전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면서 2억2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사의 사업장이었기 때문에 명의 대여와 상관없이 원청은 산업재해에 책임이 있다. 더욱이 A사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 민사소송상 자백으로 간주됐다. 대개 경영이 어려워진 건설사들이 면허를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재판을 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B사는 면허를 빌린 게 아니라 A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사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기공사 업체인 C사는 ㄱ씨와 고용 관계가 아닌 하도급 관계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검찰이 건설면허 대여 사건을 수사하면서 B사를 약식기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일로 B사는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또 ㄱ씨의 산재 처리 과정에서 A사 소속으로 서류가 작성되기도 했다. 이는 B사와 C사 협조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판사는 "C사는 실질적으로 ㄱ씨를 고용한 업체라는 점, B사는 C사에게 하도급을 주며 공사를 실질 지휘·감독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ㄱ씨 스스로 사다리 안전핀 고정 여부 등을 미리 확인하고 회사측에 추락방지조치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등 안전을 도모했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3개 회사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이 판사는 A사와 B사 C사는 ㄱ씨와 가족들이 청구한 금액 중 2억1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중 B사와 C사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은 5700만원 가량 된다. 나머지는 면허를 대여해준 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A사 몫이다.

B사와 C사는 물론 ㄱ씨측도 1심 판결에 불복해 최근 모두 항소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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