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예방 위해 지자체에 근로감독권 필요

2022-01-24 11:40:09 게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앞두고 목소리

현장파악·신속대응 등 지자체가 유리

"지자체 인허가 사업장 우선적용 필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에 근로감독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오세훈 시장 주재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준비사항 최종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중대재해 분야별 메뉴얼, 분야별 전문가가 모인 '서울안전자문회의' 발족, 안전보건 통합시스템 구축 등 중대재해 대응 전반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1일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준비사항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눈길을 끄는 것은 근로감독권의 지자체 이양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가지고 있는 감독권한을 지자체와 공유해야 중대재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근로감독권을 지자체와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17년 5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서울시는 선거에 참여한 모든 정당이 공약에 반영, 향후 국가정책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의 하나로 '근로감독권의 지자체 확대'를 제안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방분권 시대에 노동행정은 지방정부 권한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방정부에 근로감독권한을 주는 법 개정을 추진해 임금체불·최저임금 위반·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처벌이 아닌 예방을 중심에 놓고보면 근로감독권의 지자체 이양에 더욱 힘이 실린다. 상시적 안전점검, 이를 통한 신속한 대응 등에서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광주 현대산업개발 사고 수습 과정에서 대응 속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부는 사고가 발생한 지 13일 만인 24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첫 회의를 열었다. 지자체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어 중앙본부를 구성했다고 밝혔지만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사고에 대한 대처로는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으로 법안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과 윤준병 의원은 각각 2019년과 2021년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앙정부의 한정된 인력으로는 사업장 근로감독에 한계가 있고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근로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일정 규모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권한을 지방정부 위임사무로 바꿔야 한다는 게 개정안 핵심이다.

재해가 발생하면 '공사 감독'에만 눈길이 쏠리는 관행도 근로감독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자재, 적절한 재료 사용 등 공사 감독만이 아닌 근로 조건이나 근로 환경 점검을 통해서도 재해 예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근로감독권을 지자체로 확대하면 재해대책에서 소홀하게 여겨지는 노동 문제를 놓치지 않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전국적인 통일성과 일관성 유지, 지방정부의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근로감독권 지자체 확대를 반대한다. 특히 중앙정부가 근로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ILO 협약에 위반된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든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든 사업장으로의 전면적 이관이 아니라 자자체가 인허가를 담당하는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권만 공유해도 점검 및 예방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지방노동청과 지방정부의 협력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재해 예방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관련 논의를 시급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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