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을호 전 민청련 부위원장 별세

2022-01-28 11:01:10 게재

독재정권 고문 후유증 시달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다 혹독한 고문을 당한 이을호 전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6일 별세했다. 향년 67세.

아내인 최정순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던 이 전 부위원장이 이날 오전 10시 41분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1955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4년 서울대 사회계열 수석(전체 2등)으로 입학했다. 4학년 때인 1977년 소설가 김영현, 시인 김사인 등과 함께 유신반대 시위로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첫 구속됐다. 졸업 후 출판업에 종사하던 고인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3년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단체 민청련 창립에 참여한 뒤 기획실장, 정책실장, 상임위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특히 고인이 민청련 정책실장 때인 1984년 4월 내부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당시 운동권의 운동론을 CDR(시민민주혁명론), NDR(민족민주혁명론), PDR(민중민주혁명론) 등 세가지로 정리해서 'C-N-P 논쟁'에 불을 붙인 일화는 유명하다.

고인은 1985년 검거돼 고 김근태 의장과 더불어 남영동 대공분실과 남산 안기부 등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이후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이 발병해 정신병원에 유치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고인은 1986년 6월 구속집행 정지 결정으로 풀려났지만, 2011년까지 25년 동안 1년에 3개월 정도는 정신이상 증세로 입원을 할 정도로 평생 고문후유증에 시달렸다. 이후 질환이 재발을 반복하면서 본인과 가족이 장기간 고통을 겪었다.

이 전 부위원장은 2018년 우석대 김근태연구소 부소장에 취임해 세계철학사 번역서를 내기도 했다.

고인은 28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안장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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