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갈등 장기화, 아쉬운 출구전략

2022-02-17 11:14:10 게재

농식품부, 원유가격 책정에 차등가격제 수정안 제시 … 낙농진흥회 개편은 합의점 못찾아

낙농산업이 위기다.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 방안에 낙농가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양측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낙농가의 입장을 반영해 개편안을 수정했다고 밝혔지만, 낙농단체는 일방적인 개편이라며 납유거부 운동까지 예고하며 강경대응하고 있다.

16일 낙농단체는 서울 여의도에서 낙농인 결의대회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낙농단체는 "낙농가 입에 재갈을 물려 정부중심의 낙농진흥회 이사회 개편, 연동제 폐지 및 쿼터삭감을 위한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을 강행하려는 계략이자 농정독재"라고 주장했다.
낙농육우협회 소속 농민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낙농제도 개편에 반발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낙농육우협회 제공


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유가격 안정화를 위해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원유가격 결정 구조 개편 이유에 대해 "시장 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가격결정 체계, 시장 수급 상황과 무관한 쿼터제 등으로 고질적인 생산 과잉을 초래하고 있다"며 "하향 정체된 국산 시유 소비는 출산률 저하 등으로 지속 감소할 전망이지만 수급 상황과 무관하게 낙농가의 우유 생산비만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고, 적용 물량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 음용유(마시는 우유용 원유) 소비량은 연간 175만톤이지만 유가공 업체는 정부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아 205만톤 내외(평년기준)를 농가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당초 농식품부는 음용유 187만톤을 리터당 평균 1100원 수준으로 유업체가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농가소득이 줄어들지 않도록 가공유 31만톤에 대해 농가는 리터당 800~900원에 판매하도록 하고 유업체는 정부지원을 받아 리터당 600~700원 수준에 구매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유업체가 매년 수입하는 유제품은 70만톤에 이르며 원유거래 독점을 위해 낙농가 쿼터도 계속 삭감해왔다"며 "전기와 가스같이 낙농가의 원유가격과 물량(낙농가 쿼터)을 국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계획은 결과적으로 유업체만 살찌우고 낙농가는 FTA 생산물가 폭등으로 도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농식품부는 낙농가의 입장을 일부 반영해 차등가격을 적용하는 원유의 용도별 물량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안을 수정 제시했다.

농식품부는 수정 제시한 용도별 차등가격제 적용 첫해와 현재 제도가 지속될 때 농가의 생산 및 판매 수입을 비교해 보면 농가의 판매 수입이 1500억원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음용유 생산량은 190만톤 그대로 유지되면서 가공유 생산이 5만톤×리터당 100원에서 20만톤×리터당 800원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낙농가가 우려하는 쿼터 감축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 이사회 구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농식품부는 현재 이사회 구성인원 15인을 23인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이사의 3분의 2 이상 출석으로 개의할 수 있는 조건을 삭제하고, 출석 인원 과반수 의결조건은 재적인원 과반수로 강화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같은 개편안에 대해 낙농가 반발이 심해지자 원유 구매물량과 가격 결정은 별도의 소위원회를 두고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소위원회는 낙농가 등 생산자단체의 입장을 반영해 생산자 3인, 유업체 3인, 정부 1인, 학계 1인, 낙농진흥회 1인으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물량 단계적 적용방안과 낙농진흥회 이사회 개편 수정안은 무엇보다 당사자인 낙농가와 유업체의 이해가 중요하다"며 "농식품부는 향후 온라인을 통한 설명 등 다양한 의견수렴 및 소통을 시행하고 생산자단체와도 지속적으로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낙농가와 협의에 진전을 보이지 못한 농식품부가 개편안을 시행하는데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농식품부와 낙농가 모두 출구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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