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러시아 스위프트 제재의 의미와 세계경제 영향

2022-03-04 11:40:07 게재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2월 27일 유럽연합(EU) 영국 미국 캐나다는 러시아 주요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s,SWIFT) 시스템 사용을 차단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SWIFT 사용배제는 업계에서 '금융 핵폭탄'으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제재에 속한다. 이의 시행은 세계와 러시아간 무역 및 금융 흐름의 대부분이 차단된다는 말과 같다.

SWIFT는 1973년 벨기에에서 발족된 국제은행간통신협회로 각국 주요은행 상호간의 지불·송금업무 등을 위한 데이터 통신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단체다. 각국 은행들이 이 시스템에 접속해 다른 국가의 은행들과 연결한다. 결제 요청 메시지는 각종 보안이 걸려있어 추가 확인없이 곧바로 이행된다. 따라서 SWIFT는 국제무역의 자금결제·운영의 핵심기반이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 은행들이 SWIFT에 접속하지 못한다는 것은 러시아가 세계 무역과 금융, 자본시장에서 차단되어 고립된다는 의미다. 앞으로 러시아 기업은 물론 개인도 수입대금을 지불하거나 수출대금을 받기 힘들고 해외에서 돈을 빌리거나 투자하기 어려워진다. 물론 결제는 결국 양국 은행간 사전협의로 전화나 메시지, 이메일이나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비효율적이고 안전하지 않으며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이다.

현재 SWIFT에는 전세계 200여개 국가·지역의 1만1000여개 금융기관이 가입하고 있으며, 매일 최대 4200만개의 금융정보와 수조 달러의 자금을 처리한다. 2021년 말 기준 SWIFT 시스템에서 미국 달러, 유로, 파운드, 위안화 결제 사업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40.5%, 36.7%, 5.9%, 2.7%다. 달러·유로화 중심의 결제가 많으며 위안화 국제결제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립 표방하지만 미국 영향력 크게 작용

SWIFT 주요 구성원은 미국과 EU 국가들이다. SWIFT는 전세계 대부분의 자금이체 정보를 장악했으며 그중 40% 이상이 미국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상업적 도구에서 정치 도구로 변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반테러라는 명목으로 SWIFT 시스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왔고, 2011년부터 공식적으로 SWIFT 시스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SWIFT가 거듭 중립을 강조해왔지만 미국 달러가 지배하는 국제통화체제 아래서 SWIFT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강대국의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SWIFT 경영진은 25명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주식비중 상위 6개국은 각 2명의 이사를 선출해 총 12명의 의석수를, 주식비중 7위부터 16위까지의 국가는 각각 1명의 이사를 선출해 총 10명의 의석수를 차지한다. 나머지 3명의 이사는 회원국에서 공동지명해 선출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 스위스는 각각 2개의 이사회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1983년 SWIFT에 합류한 중국은 2018년 처음으로 이사회 1개 자리를 부여받았다.

미국은 3가지 채널을 통해 SWIFT 시스템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미국은 이사 2석에, 대부분의 경우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어 SWIFT 시스템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 9.11 테러 이후 미 의회는 국제긴급경제권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Right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으로 미국정부는 SWIFT 시스템에서 '테러리스트 활동과 관련된 금융거래 및 자본흐름에 대한 정보'를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마지막으로 SWIFT는 미국의 요청으로 뉴욕에 지부센터를 설립하고 미국 달러 결제 시스템인 칩스(CHIPS)와 연결했다. SWIFT 결제의 40.5%를 차지하는 달러의 궁극적인 공급자로서 미국은 CHIPS를 통해 SWIFT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켰다.

인플레 상승, 금융시장 불안 증가

현재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금융 시스템과 SWIFT 간의 연결을 완전히 끊지 않았다. 석유와 천연가스 결제는 아직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유럽경제가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성급한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미칠 타격 또한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다른 결제 시스템이나 암호화폐 등을 통해 국제거래를 할 수도 있다. 러시아가 SWIFT 시스템에서 제외되면 위안화 결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것은 러시아의 '탈달러화'를 가속화시키고 중국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를 끌어올릴 것이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당시 미국이 SWIFT 시스템 차단을 여러차례 위협한 이후 러시아는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 금 등의 비중을 늘리고 자체 국제거래청산결제시스템(SPFS)을 개발하는 등 '탈달러화'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중국 역시 자체 은행 간 국제결제시스템(CIPS)을 2015년 설립했으며, 위안화 국제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위안화 칩스에는 2021년 8월 현재 1211개 은행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거래금액은 약 연간 11조달러이다. 주요 사용 국가는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터키다.

어쨌건 우크라니아전쟁으로 세계경제는 위기에 직면했다. 첫째, 러시아에 대한 SWIFT 시스템 사용배제는 무역경로를 통해 전세계 에너지와 식량 부족 사태를 심화시킬 것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2020년 기준 러시아 원유 수출량은 전세계의 11.1%로 세계 2위다. 이중 약 50%를 EU로 수출한다. 천연가스는 전세계 수출량의 16.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약 45%를 EU로 수출한다. 주요 수출국은 독일과 이탈리아 네덜란드다.

2021년 이후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수급 부족, 에너지 전환 등의 영향으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2월 말 기준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해 최근 7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수준은 40년 만에 최고치다.

러시아 SWIFT 시스템을 차단하면 에너지 공급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공행진 중인 에너지 부족과 인플레이션 상승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켜 원유가격 급등을 부추기게 되는 것이다.

둘째, SWIFT 시스템 러시아 사용배제는 채권시장을 통해 글로벌 금융안정 시스템을 위협할 수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1년 Q3 기준 각국 은행의 러시아 채권 보유액은 약 1215억달러로 이탈리아 20.8%, 프랑스 20.7%, 오스트리아 14.4%, 미국이 12.1% 순이다.

러시아 SWIFT 시스템 차단은 부채상환 불능으로 유럽과 미국 은행권에 자산 손실 위험을 초래해 글로벌 유동성과 금융기관 대차대조표를 위협할 수 있다. 또한 금융제재 동참 국가 확산, 시장 공포심리 확산, 투자자의 위험선호 감소와 금 등 안전자산 투자 확대, 신흥시장 자본 철수와 함께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자금유입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중국경제 금융시장 위험도 증가

마지막으로, 중국의 무역거래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간접적인 영향은 커질 전망이다. 2021년 기준 중국의 대(對)러시아 무역 규모는 중국 수출입의 2.42%를 차지한다. 중러무역은 위안화 결제가 가능해 SWIFT 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어 무역 채널을 통한 직접적인 영향은 적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로 지정학적 충돌이 격화되면서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확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증가, 위험회피자산의 미국 자본회류 등이 복잡하게 얽혀 중국경제와 금융시장에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