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텃밭에 동네 정원을 더했다

2022-04-22 10:56:33 게재

강동구 복합시설 '파믹스가든'

주제정원에 산책로+쉼터 갖춰

구획정리가 잘 된 도시텃밭 사이로 산책길과 각종 나무·풀꽃이 조화롭다. 잔디밭이나 정자, 그늘막 아래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즐긴다. 계단식 언덕에 숨기듯 배치한 소파와 일광욕의자에서는 하늘과 텃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파믹스가든(Farmix Garden) 풍경이다.

주말농장이 아닌 일상 속 도시농업을 선도해온 강동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2일 강동구에 따르면 공용텃밭에 정원 기능을 더해 주민들 쉼터로 탈바꿈시켜 호응을 얻고 있다. 도시농업에 기반한 복합공간이자 정원이라는 의미에서 파믹스가든이라 이름을 붙였다.
파믹스가든은 공동체텃밭을 품은 주민 휴식공간이다. 텃밭 사이로 산책길이 나있고 곳곳에 다양한 휴식시설을 설치했다. 사진 강동구 제공


위치부터 남다르다. 한적한 도시 외곽이 아니라 수천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8975㎡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2020년 4월 명일근린공원 공동체텃밭을 체험형 공용텃밭으로 정비했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현장농부학교, 도시농업전문가 과정, 채마밭 요리교실 등을 진행해왔다.

폭염으로 텃밭관리나 경작이 어려워진 여름부터는 조명을 설치해 야간개장을 했다.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열고 주민들이 더위를 식히면서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다스리도록 했다. 주민들은 분야별로 5명 이상 모둠을 구성해 공동체텃밭을 분양받고 작물을 키워 이웃과 나눴다.

텃밭 한켠에 자리잡은 파믹스센터에는 예술부엌 카페 토종씨앗도서관을 배치하고 도시농업 관련 단체와 일반 주민들 공동체 시설로 개방했다. 도시농업 관련 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교육, 작은 스마트팜을 통한 수확물 나눔이 이루어진 공간이다. 빗물저금통이나 태양광 발전장치 등을 설치해 주민들이 일상에서 친환경 생활을 체험하도록 했다.

올해에는 주민들 휴식을 위한 각종 시설을 더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도시농업이 양적으로 성장하고 이를 통해 생명존중과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안착됐다"며 "질적 성장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주민들이 주제가 있는 정원과 쉼터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실시설계로 방향을 잡고 10월부터 공사를 시작, 지난달 재단장을 마무리하고 주민들에 개방했다. 텃밭을 품은 경사면에는 편백나무숲을 조성해 숲속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시농업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아래쪽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전망 좋은 나무 그늘에는 소파와 일광욕 의자가 놓여있어 편안한 휴식이 가능하다.

공기정화에 도움이 되고 관리가 편한 식물을 중심으로 초화원 테라스 등을 조성했고 열매가 열리는 유실수와 텃밭정원도 더했다. 텃밭 사이로는 산책길을 내 도시농업 현장 자체를 즐기며 산보를 즐길 수 있다. 강동구 관계자는 "주민 설문조사와 조경·야간경관 총괄기획가 자문을 거쳐 시설개선을 추진했다"며 "주민 안전을 위한 보안용 CCTV도 추가했다"고 전했다.

파믹스가든은 월~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날이 따뜻해지면 야간에도 문을 연다. 구는 도시농업 관련 교육과 체험 과정을 확대하고 공동체텃밭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생활밀착형, 사람과 공동체 중심의 도시농업 가치를 실현한다는 목표도 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도시농업 활성화와 주민들 힐링을 연계한 파믹스가든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은 선진국형 힐링정책"이라며 "주민들이 도시농업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사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도시농업이 주말농장에서 공동체텃밭에 이어 파믹스가든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도시농업 중심지인 강동에서 진화는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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