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암'이어도 안심하고 나답게 살 수 있는 사회

2022-05-06 11:29:53 게재
서정주 온랩/돌봄리빙랩네트워크 코디네이터

대한민국의 기대수명은 83.5세이다. (2020 통계청) 1970년 62.3세에서 무려 20세 이상 증가했다. 건강수명은 2020년 기준 66.3세이다. 기대수명은 증가했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20년 가까운 세월을 질병이나 부상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질병 중에서도 암은 국민의 상당수가 경험하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암유병자수는 200만명이 넘는다. 국민 25명당 1명은 암을 진단받은 경험이 있고, 평생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 (2019 국가암정보센터)

암은 남의 일이 아니다. 나와 가족 그리고 친구 중 누군가는 암에 걸린다. 우리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암을 경험하는 '암 경험자'이다.

암생존자 직장 복귀 매우 낮아

전국민이 암 경험자인 시대인데 과연 우리 사회는 암에 걸려도 안심하고 치료받고 일상과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곳일까. 여전히 암 생존자들은 사회적 편견과 낙인에 고통받고 있고, 우리나라 암 생존자의 직업 복귀율은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암 생존자에 대한 차별 금지 및 직업 복귀 정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암 생존자들의 사회 복귀는 사회적 문제이다. 암에 걸려도 안심하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이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과 민간이 파트너십을 구축해 진정성을 가지고 섬세하게 협력해야 포용적인 사회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국가암등록통계는 암에 대한 현황 파악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암 치료뿐만 아니라 치료 이후 건강관리와 일상 및 사회복귀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의 수립과 추진이 이루어지려면 암 종별 구체적인 욕구 조사가 필요하다고 암생존자들은 요구한다.

또한 암 생존자 지원 정책에 대한 경제성 연구와 사회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활동 가능 인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초고령사회에서 생산인구로 활동할 수 있는 암 생존자들의 직업 복귀에 대한 지원은 필수적이다.

암 경험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활동가가 협력하여 암 경험자가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암생존자 리빙랩 온랩에서는 암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온랩은 직장 내에서 암 생존자들에게 합리적인 배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장 복귀 가이드라인을 조직구성원이 함께 만드는 '어서온나 포용사회'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한다.

온랩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양한 단체와 활동가들은 '잘 아플 수 있는' 질병권을 제안하고 포용사회로 변화를 만들기 위해 활동 중이다. 시민사회에서 이들의 자발적 연대도 필요하다.

암 등 중증환자 돌봄 논의 필요

질병과 사고로 치료 후 사회로 복귀하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하고 일할 수 있도록 중앙부처 간에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건강관리, 직장 복귀, 고용안정, 생계안정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구에 바탕을 둔 근거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회가 포용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에서 암을 포함한 중증질환자 돌봄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건강 약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포용적인 건강사회로 통합적인 전환이 중요하다. 한명의 영웅이 사회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 시민, 기업, 연구자, 활동가 모두가 영웅이 되어 질병이 있어도 안심하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