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민주 훌라 강사

"암경험자들과 즐거운 훌라춤을"

2022-05-13 11:03:52 게재
"오늘도 내일도 함께라 고마워요/ 바싹 마른 땅위로 꽃비가 내릴거야/ 서로 사랑하자/ 행복을 미루지 말고/ 일분이라도 한뼘이라도 더 웃을 수 있게/ 서로 마주보자 행복이 달아나지 않게/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하나 둘 암파인탱큐."
암경험자들과 훌라를 추는 김민주 강사. 사진 김민주 제공

2018년 4월 이한철 나우 총감독(가수)의 도움을 받아 암경험자들이 참여해 만든 '암파인탱큐' 노래 가사 일부이다. 이 노래에 맞춰 훌라를 암경험자들에게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김민주 훌라 강사이다.

김 강사는 유방암 경험자로 '암파인탱큐' 노래를 만드는 데 참여하면서 훌라춤도 같이 배웠고 암경험 선배들의 다양한 극복 사례를 자양분삼아 암진단 초기 막막하고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내고 이제 암경험자들에게 행복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훌라'를 전하고 있다.

김 강사는 2017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비보를 접했다. 평소와 다른 가슴 통증에 검진을 했는데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막막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오빠에게 울며 소식을 전한 기억이 선명하다.

김 강사는 11일 "호르몬 치료제를 복용하는데 의사선생님이 10년을 먹어야 한다고 처방했다"며 "재발 두려움보다 10년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게 더 끔찍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처음에 직장에 복귀할 때 '일을 해도 되나' '다시 스트레스 받을 텐데'라는 갈등이 가장 많았다.

더욱이 강아지 미용 일을 하기에 "수술 후 팔을 많이 쓰지마라"는 의사선생님 충고에 고민이 컸다. 다행히 체력이 회복됐고 좋은 사장님 덕분에 복귀할 수 있었다.

2018년 2월 우연히 유방암 모임 사이트에서 암경험자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된다. 김 강사가 수술후 첫 항암치료 준비를 할 때였다.

삶과 죽음의 생각에 빠져있던 자신을 위해 이벤트를 해보고 싶었다. 뭔가 노래를 만들고 앨범을 만들고 하는 기회 자체가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고 룰루랄라합창단에 응모를 했다.

합창단 모임에 갔는데 진짜 다양한 암경험자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계속 치료중이신분도 암경험 5년차 10년차인 선배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김 강사는 "저렇게 열심히 살아지는구나"라는 안도감을 얻게 됐다. 모임 자체가 치료하는 과정에서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노래만들기도 좋았지만 자신의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2018년 4월 나우콘서트를 시작으로 훌라인들의 모임 무대에도 서보고, 병원 등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당시 촌스럽고 못했을 건데 암경험자들이 무대에 올라가면 관객분들이 엄청나게 응원해줬다. 특히 "암경험을 하고도 저렇게 춤이 춰져요? 노래가 되나요?"라는 말을 하면서 "저도 할 수 있겠네요"라는 암경험자들의 공연 후기글 반응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김 강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좀 좋아졌을 때 '암파인투게더'프로그램으로 훌라를 암경험자들에게 가르쳤다. 많은 암경험자들이 대규모로 올림픽공원에서 함께 훌라춤을 추면서 어려운 시절 행복을 나눌 수 있길 희망했다.

오미크론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중단했던 암경험자 훌라춤 가르치기를 올해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김 강사는 "훌라가 너무 재밌고 좋아 이것을 많이 알리고 싶다"며 "사람들이 경험하면 힐링이 되며 다른 이들과 웃으며 춤추는 시간이 마음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암경험 선배로서 김 강사는 후배 암경험자에게 말했다.

"암을 경험했어도 우리는 괜찮고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상당히 막막하지만 달라질 수 있다. 좋은 날이 분명히 온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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