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통일기호, '3중 효과'로 거대양당에 유리"
국회입법조사처 분석 … 제헌의회땐 '추첨식'
미국선 "다수당 유리" 위헌 결정 사례 다수
26일 국회 입법조사처 허석재·송진미 입법조사관은 '투표용지 양식의 불평등성 논란과 쟁점: 정당 특권과 기호순번제 문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행 투표용지 양식은 정당표시에 의한 신호효과, 아라비아 숫자 배정에 따른 기호효과, 게재순위에 따른 순서효과 등 3중의 효과로 대정당에게 매우 유리하다"면서 "지역구 선거 투표용지를 보면 기호와 정당명 뒤에 후보자명이 표시되어 있어 인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지역구선거에서조차 강한 정당 신호효과가 작용하도록 투표용지가 구조화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회의석수에 따라 부여하는 전국 통일 기호배정 방식이 국제적으로 일반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들은 "나라마다 후보자 게재순위는 추첨, 성의 알파벳순, 순환배정 등 다양한 기준에 따르고 있으며 순서만 배치하고 기호는 배정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면서 "우리나라는 제헌의회선거부터 추첨방식을 사용했으나 현행과 같이 의석수 순에 따라 일부 정당에게 전국 통일 기호를 배정하는 방식은 1969년 공화·신민 양당 간 타협으로 처음 도입됐다"고 했다.
다수정당에 유리한 기호 배정에 대한 미국에서의 위헌 판례도 소개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후순위 후보자에게 발생하는 차별을 인정하면서도 정당제도의 헌법적 존재 의의를 근거로 현행 방식을 합헌으로 결정했다"며 "그러나 미국에선 현직자나 다수의석 정당의 추천 후보를 상위 배정하는 방식이 후순위 후보 지지자의 투표권 침해 혹은 후보자의 기본권 침해 등의 이유로 위헌 결정한 사례가 여러 건 있다"고 했다. "헌재가 현행 투표용지 양식을 '외국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방식'이고,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판시한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정당제민주주의의 헌법적 가치기준이 대정당에게만 혜택을 주어야 할 명분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선거를 통해 표출되는 유권자의 선호가 최대한 의석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표성 제고를 위해 국회·지방의회의 군소정당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투표용지 구성과 후보자 게재순위 개편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