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중산층 힘들어지는데 웬 부자감세 | ① 법인세 논란

법인세 인하 혜택 기업은 상위 0.01% 119곳

2022-06-24 11:24:00 게재

정부 "법인세 최고세율 OECD 평균 넘어" … 실효세율은 평균치 이하

법인세 인하로 투자증대 기대 … 대기업, 세금 줄었다고 투자 안늘린다

법인세 인하의 수혜자가 재벌대기업이란 점도 부자감세론의 근거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최고세율 구간 3000억원 초과 기업은 119곳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 현대차 등이 법인세 감면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2020년 기준으로는 80여개 대기업만 해당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왼쪽 사진)등 장·차관들이 지난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합동브리핑을 위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로 이동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참여연대 관계자(오른쪽 사진)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전면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두 박동주 기자


나라살림연구소는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정책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실익이 거의 없고 혜택을 보는 대상이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법인세 최고세율 과세 대상이 되는 기업은 2020년 기준 법인세 신고 기업 중 0.01%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2020년 법인세 신고 법인 83만8000개의 0.01%, 법인세 납세 대상이 되는 흑자 법인 53만2000개의 0.02%에 불과한 약 80여개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율 인하시 약 1조7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데 세수 감소에 대한 대책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수혜대상이 매우 적어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낙수효과 기대할 수 있나 = 정부는 법인세율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경제정책방향을 브리핑하면서 "법인세 인하를 통해서 우리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오히려 세수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도 법인세 토론회에서 "이론적으로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투자·고용 확대 효과는 명확하다"며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0.21%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용원 연구위원은 "법인세가 기업의 투자나 입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는 주 법인세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테크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보면 법인세가 결정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서민·중산층 사회안전망 강화해야 = 이미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실패한 부자감세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MB·박근혜 정부에서 실패한 '낙수효과'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과 질서를 세운다)를 되풀이한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요와 공급을 눌러 물가를 잡으려는 세계적 기조에도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영국 정부는 현행 19%인 법인세율을 내년 25%로 올리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법인세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 전 세계가 증세에 합의했는데 한국만 여기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세로 세수가 줄어들 경우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을 넘겨받았던 박근혜 정부는 2년 연속 세수 결손 사태를 겪었다. 결국 박근혜정부는 세수충원을 위해 담뱃세 2배 인상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변호사)은 "부자증세로 재정여력을 확대해 어려움에 처한 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윤석열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며 "실패한 '줄푸세' 정책의 반복은 윤석열정부의 철학과 정책의 빈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법인세 인하가 아니라, 위기에 직면할 비정규직과 실업자,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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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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