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회계 순위 추락' 개혁 멈추면 안돼

2022-06-28 10:44:56 게재
최근 회계업계는 예상치 못한 일로 충격을 받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국내 회계분야 순위가 올해 53위(평가대상 63개국)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회계분야 순위는 2018년 62위, 2019년 61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지만 2020년 46위, 2021년 37위로 24단계나 뛰어올랐다. 2년 연속 급상승한 순위가 다시 곤두박질치면서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이후 대대적인 회계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금융당국이 상장사 감사인을 지정)를 도입했으며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개혁적인 조치들도 취했다. 강도 높게 추진된 회계개혁의 영향으로 IMD 순위는 급격히 상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1년 만에 순위가 16단계가 떨어진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회계업계에서는 최근 잇따라 터진 기업의 횡령 사건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IMD 평가는 통계적인 수치로 이뤄지는 계량평가 방식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기업인(중간 경영관리자급 이상)을 대상으로 '감사·회계업무가 적절히 실시되고 있는가'를 묻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평가대상자의 인식 수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제도 개혁이 한창일 때는 회계감시망이 강화되는 것이라서 "회계투명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었겠지만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아직 멀었다"라는 비판적인 인식이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올해 평가결과를 놓고 그동안 진행된 회계개혁의 효과마저 부정하면 안되는 이유다.

회계감사가 강화되면 그동안 숨겨놓은 부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한동안 사고가 터질 수 있다. 정상화 단계로 가기 위한 일종의 '과도기, 치유기'다.

'국내 주식시장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말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회계투명성과 무관하지 않다.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기업들에게 원활한 자금공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재무제표를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회계투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인들조차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을 낮게 평가하는 상황에서 회계감사를 규제의 일종으로 보고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외부감사인 역량 강화를 통한 회계투명성 제고'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회계제도 개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제도 도입 자체로 그치면 안된다. 기업 내부가 실제로 바뀔 때 회계투명성이 강화되고 투자자의 신뢰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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