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부 감사부서 우수하면, 외부감사 시간 감소

2022-07-05 11:04:36 게재

상장사 468개 표본 분석

"내부감사 의존도 증가"

'회계·세무와 감사연구'

기업 내부의 감사부서가 우수하면(규모와 전문성 등) 외부감사인의 감사시간과 보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업의 횡령 사고가 잇따르면서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내부 감사부서 설치와 역량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5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간하는 '회계·세무와 감사연구' 최신호(91호)에 실린 연구논문 '내부 감사부서의 특성과 외부감사 노력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내부 감사부서의 특성이 우수할수록 외부감사의 내부감사 의존도를 증가시켜 외부감사 시간 및 보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호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와 석·박사 과정의 이재익씨와 오슬기씨가 공동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내부 감사부서의 종합특성(규모 평균근속연수 독립성)의 경우 외부감사시간·보수와의 상관관계에서 -0.0514로 유의한 음(-)의 관계를 보였다. 감사부서가 우수하면 외부감사시간·보수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종합특성을 분리해서 분석한 결과 내부 감사부서의 규모가 크고 부서인원의 평균근속연수가 길수록 외부감사시간·보수는 줄어들었다. 외부감사인의 내부감사 의존도에 내부 감사부서의 특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다.

반면에 경영진으로부터 부서업무를 보다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독립성 관련 분석에서는 유의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저자들은 "외부감사인이 내부감사 의존도를 결정함에 있어 내부 감사부서의 독립성이 크게 작용하지는 않으며, 내부 감사부서가 기업 내부조직으로 운영돼 경영진의 간섭으로부터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한계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감사부서의 우수성과 상관없이 단지 내부 감사부서를 두고 있는 기업들은 감사부서가 없는 기업들과 비교해 감사시간과 보수가 증가했다.

내부 감사부서를 두고 있는 기업은 외부감사시간과의 상관관계에서 0.1018, 감사보수는 0.1275 등 모두 유의한 양(+)의 결과값이 나왔다. 저자들은 "내부감사부서를 보유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내부통제시스템, 지배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경우 기업 입장에서 오히려 모니터링 기능 강화, 기업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고품질의 외부감사를 요구하는 경향이 더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감사위원회와 내부 감사부서의 특성을 모두 고려한 추가 분석도 이뤄졌다. 감사위원회의 특성(독립성 전문성 활동)을 고려해 상위 25% 이내의 기업을 감사위원회 품질이 우수한 곳으로 분류했다. 분석결과 우수한 감사위원회와 내부 감사부서가 존재하는 경우 외부감사 시간과 보수 모두 증가하는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이는 감사위원회가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기업의 외부감사 수요가 강해져 외부감사시간과 보수가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내부 감사부서의 우수성으로 외부감사시간·보수가 감소하는 현상도 감사위원회의 역할에 따라 완화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내부 감사부서의 보유 유무와 세부특성을 각각 구분해 경우에 따라 외부감사노력에 미치는 영향이 상이함을 보여줬다"며 "내부감사부서 및 감사위원회와 같은 기업의 내부감사기능이 외부감사인의 감사수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2018년부터 코스피 상장법인 중 자산총액(연결기준) 2조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지배구조보고서를 반드시 공시하도록 하고 핵심지표 중 하나로 독립적인 내부 감사부서 설치여부와 부서 현황에 대한 설명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상장기업 중 감사위원회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1487개 표본을 뽑았으며, 이 중 내부 감사부서가 존재하는 기업 표본은 468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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