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내 초순수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2022-07-25 10:51:11 게재
남궁 은 한국초순수학회장 서울대연구교수

초순수(이론상 순수한 물)는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원자재로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각종 부산물 오염물 등을 세척하는 데 사용된다.

반도체 품질과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수율 향상을 위한 핵심 자재이며, 발전 화학 제약 신소재개발 등 첨단산업 전반에도 널리 사용된다.

반도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초순수의 수질 관리 수준도 고도화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반도체 공장에서는 불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도체 세정용으로 사용되는 초순수를 먹는 물 수질 기준 대비 1억배나 높은 수준으로 관리한다.

반도체 강국 위해 초순수 기술자립 필요

이러한 초순수는 반도체에 꼭 필요하지만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취약성이 크다. 실제 생산에 필요한 주요 부품은 일본에서 수입한다. 시공 설계 운영 수질분석까지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강국이 되려면 초순수 기술자립은 반드시 이뤄야 한다. 최근 정부가 초순수 국산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초순수의 완전한 기술자립을 위해서는 분야별 핵심기술을 보다 세심하게 확보해야 한다. 먼저 초순수 생산공정을 구성하는 핵심설비와 부품 제조 기술, 파이프와 밸브 등 청정 소재 기술 분야가 있다.

또한 수질을 고려한 공정 설계 기술과 수질 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운영기술도 중요하다. 자원회수 등 재이용 기술과 제품·공정을 평가하고 진단할 수 있는 초극미량 분석 기술도 살펴야 한다.

특히 초순수의 수질에 대한 신뢰성은 생산 공정과 제품 품질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초순수 품질을 검증할 수 있는 수질기준, 표준분석법 등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는 결국 기술 개발과 관련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

이러한 초극미량 분석기술 분야의 육성을 위해서는 소재 제품 장치를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는 공통된 수질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초순수의 수질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시스템 구축과 유효성 있는 표준절차, 신뢰성 있는 분석법, 그리고 공신력 있는 검증기관의 확보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관련법 마련, 산업계와 학계의 참여와 지원도 이어져야 한다.

산업계의 초순수 기술개발 노력 기대

다행히 정부는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초순수 산업육성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초순수 생산기술 국산화를 목표로 산업 지원과 투자를 약속했다. 정부의 투자가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지금이 초순수를 필두로 국내 물 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킬 절호의 기회이다.

앞으로 정부 투자가 기술자립도를 고려한 분야별 균형적 지원으로 이어지고 초순수 기술개발을 위한 산업계의 적극적인 노력도 기대해본다.

정부의 관심과 더불어 학계에서도 초순수 기술 국산화를 지원하고 기술교류와 인력양성을 위해 지난해 '한국초순수학회'를 발족했다.

초순수를 필두로 한국 물 산업이 힘찬 도약을 할 시기다. 그런 만큼 한국초순수학회는 성공적인 기술자립을 위해 정부 산업계와 지속적인 협력과 소통을 이루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