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비 증가 속도, OECD 중 가장 빨라

2022-07-26 10:55:44 게재

노인단독가구 부담 2배 증가 … "비급여의 급여화, 저소득층 본인부담 완화, 일차의료 강화" 제시

우리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 증가 속도가 OECD 중 가장 빠른 가운데 특히 노인단독가구의 부담은 2배로 증가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급여의 급여화, 저소득층의 본인부담 완화, 일차의료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5일 발행한 보건복지포럼 7월호에 게재된 '한국과 유럽 8개국의 가구 의료비 지출 부담' 보고서에서 김기태 보사연 연구위원은 "한국의 의료비가 증가하는 속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며 "건강보험보장성이 약해 가계지출이 늘어나고 국민의 의료이용 빈도가 매우 높은 점 등"을 원인으로 들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의GDP 대비 의료비는 2014년 이후 5년 만에 4.8%p 증가했다(OECD, 2021). 다른 OECD 회원국 평균은 같은 기간 0.1%p 늘었을 뿐이다. 이 같은 증가 속도를 보면 앞으로 한국 가계에 의료비 지출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총의료비 지출은 다른 OECD 회원국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한국 가계의 의료비 직접 부담 비율은 경상의료비 가운데 30.2%다. 가계 부담이 높은 이유는 정부의 조세나 사회보험에서 충당하는 비용 부담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OECD(2021)에서 제시하는 경상의료비 가운데 정부·의무가입제도 비율은 한국이 61.0%로 매우 낮다. OECD 평균은 74.1%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의료 분야의 공공화 수준이 낮은 결과, 가구의 의료비 부담 비율이 높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한국 가계의 소비지출 대비 의료비 부담은 비교 대상인 유럽 8국가 가운데 그리스(7.4%) 다음으로 높다. 조세 기반 국가의료서비스(NHS)를 제공하는 나라(영국 1.2%, 스웨덴 2.3%, 덴마크 2.6%) 혹은 경상의료비 가운데 가계 의료비 직접 부담 비율이 낮은 나라(프랑스 1.8%)에서 가구의 의료비 부담 수준이 낮았다.

노인 단독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 노인의 부담 수준은 14.9%까지 올라간다. 그리스(13.9%)와 더불어 의료비 부담 수준이 두 자리대다. 다만, 프랑스는 노인 단독 가구의 의료비 지출 부담이 2.2%로, 전체 가구 비율(1.8%)보다 0.4%p만 높은 수준에서 의료서비스 보장이 이뤄지는 점이 이채롭다. 한국에서는 노인 단독 가구의 의료비 지출 부담이 전체 가구보다 2배 넘게 상승했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영국의 의료비 지출 부담은 0.6%로 떨어졌다. 한국은 그리스(6.1%) 다음으로 의료비 지출 부담이 높았다(3.7%). 벨기에(3.7%)와 스페인(3.5%)이 한국의 뒤를 이었다.

한국 가계의 의료비 부담 수준이 높은 데는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 수준이 낮은 결과, 가계의 직접 부담 비율이 높은 것 △한국인들의 의료 이용 빈도가 매우 높다는 점. 이를테면 한국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1년 17.2회로 OECD 평균(6.8회)의 두 배가 넘는다(OECD, 2021).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은 점이 거론됐다.

김 연구위원은 국민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가야 하고 본인부담상한액에서 저소득층의 부담 수준을 완화하며 일차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에 대한 게이트키핑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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