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연령 낮추는 학제개편안 논란 확산

2022-08-01 11:27:01 게재

"입시경쟁·과잉 사교육 열풍 초래" … 교사·교실 문제부터 사교육·돌봄·입시 영향까지 우려

교육부가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전격 발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정부 업무계획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개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브리핑 하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마친 뒤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관련단체와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의 단체는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 연대'를 결성하고 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집회에는 교사노동조합연맹과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를 비롯해 교사, 학부모,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 등이 다양하게 참여할 예정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달 31일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며 입시경쟁과 사교육의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부모들이 의무교육이 시작되는 시점을 본격적인 학습의 시기로 인지해 조기 취학에 대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더 이른 시기인 영유아 단계부터 선행학습을 시작해 과잉 사교육 열풍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1일 "유아교육법에 의한 '누리교육과정'과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초등교육과정' 구성 방향의 상당한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취학연령 하향화는 교육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누리교육과정은 초등교육과정과 다르게 '놀이'가 교육과정의 운영 원리이며 초등교육과정은 누리교육과정과 다르게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교육을 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지금도 1년 일찍 입학할 수 있다"며 "하지만 2009년 9707명이던 조기 입학은 2021년 537명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취학연령 하향 조정은 산업 인력 공급 차원에서 이야기되곤 했지만 특정 연령의 교육적·경제적 피해와 손실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많은 공립초등학교가 오후 1시 전후로 저학년 학생들을 하교시키는 상황에서 더 어린 연령을 초등학교로 편입시키면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달 29일 "학제 개편은 특정 시점의 학생이 두 배까지 늘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 수급의 대폭 확대, 교실 확충,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입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이해관계의 충돌·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지난달 29일 "초등학교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체계가 유치원에 비해 미흡하다"며 "초등학교에 돌봄 기능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돌봄서비스를 준비 없이 급하게 초등학교에서 떠넘기듯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인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학제개편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사립 유치원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는 지난달 29일 "교육 현장과 실질적인 이용자인 학부모,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정교하고 지속적인 의견수렴 과정과 연구 과정 없이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정책을 느닷없이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만 5세 유아는 전체 유치원 유아의 40∼5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유치원의 주요 교육 대상"이라며 "강경 추진한다면 정권 초기의 엉뚱하고 다급한 발상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1일 "입학 전 충분히 학습상태가 준비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간의 학력 양극화가 우려된다"며 "명문학군, 명문사립 초등학교로의 집중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학교간, 지역간 쏠림현상 심화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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