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고물가 직격탄' 예고 … 정부, 다음주 민생대책 발표

2022-08-03 11:28:35 게재

두 달 연속 6%대 물가상승,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

정부 "10월 정점" 예고했지만 유가 등 대외변수 많아

지난달 폭염과 장마로 채소류 가격이 치솟으며 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했다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6%대 고공행진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여 만에 처음 보는 물가상승률이다.

특히 예년보다 빠른 추석을 앞두고 생활물가 급등이 우려된다. 정부는 오는 10월을 분수령으로 물가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손댈 수 없는 대외변수가 너무 많다. 주춤하던 국제유가가 다시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도 해결되지 않았다. 정부는 내주 추가 민생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생활물가 급등세를 꺾을만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일 "농축수산물 등 생활물가 안정화와 민생여건 개선을 위해 8월 추석 민생 안정 대책 등 추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가, 10월부터 진정될까 =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돌발적인 변수가 없는 한 9~10월이 정점이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밝혔다.

실제 그동안 물가 상승을 견인했던 국제유가 급등세가 최근 다소 누그러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1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4.8% 하락한 93.8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또 물가를 자극하던 국제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도 주요국의 경기 둔화 전망에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삐 풀린 듯 치솟던 물가 상승률이 최근 상승 폭 둔화와 함께 9~10월 중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는 것이 정부 전망이다.

한덕수 총리와 추경호 부총리│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넘어야 할 대외변수 많아 =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국제 유가 급등 등 대외적 불안 요인들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고, 지난해 8~9월 높은 물가의 기저효과도 작용하면서 다음 달 오름세는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률이 6% 이하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7%대로 오를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연간 물가상승률과 관련해서는 "5%는 넘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이 맞아 떨어지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이 없어야 한다. 또 국제 공급망 차질 등의 변수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고환율도 안정세가 필요하다. 여기에 이른 추석으로 성수품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예측도 변수로 손꼽힌다.

◆먹거리 물가, 연중 오른다 = 특히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먹거리 물가가 당분간 더 오를 것이란 점도 부담스럽다.

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분기(7∼9월) 밀, 옥수수, 쌀 등 곡물의 수입단가가 2분기보다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의 파종 지연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높았던 2분기의 계약 물량이 3분기에 본격 도입되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치솟으면서 수입단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3분기 식용곡물의 수입단가 지수는 2분기보다 15.9%, 사료용의 경우 16.6% 각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 수입단가 역시 3분기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2분기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원자잿값 상승에 따라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밀 수입단가가 오르면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제과·제빵, 라면업체의 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또 옥수수 수입가격 상승은 사룟값 상승으로 이어져 축산물과 육가공품의 가격도 따라 오르게 된다.

실제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원재룟값 상승을 이유로 올해 들어 이미 두 차례나 가격을 올렸다.

◆거침없는 물가 상승률 =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1년 전보다 6.3% 상승했다.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물가는 지난해 10월(3.2%),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보였다.

3월(4.1%)과 4월(4.8%)에 이어 5월 5.4%까지 오르더니 6월에는 6%대에 올라섰다. 7월도 6.3%로 두 달 연속 6%대 흐름이다.

특히 지난달 물가에서 민생과 직결된 품목이 대거 올랐다. 채소류 가격은 25.9% 치솟았다. 2020년 9월(31.8%)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세다. 특히 배추가 72.7% 올랐으며 오이 73.0%, 상추 63.1%, 파 48.5%, 시금치 70.6% 등에서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공업제품도 전년보다 8.9% 올랐다. 경유(47.0%), 휘발유(25.5%), 등유(80.0%), 자동차용 LPG(21.4%) 등 석유류 가격이 35.1%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공요금 인상 영향으로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대비 15.7% 상승했다. 전기료(18.2%), 도시가스(18.3%), 지역 난방비(12.5%)가 모두 오르면서다. 이는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서비스 물가 중에서는 방역조치 해제와 7월 야외활동이 늘어난 영향으로 개인서비스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 상승 폭은 1998년 4월(6.6%) 이후 24년 3개월 만에 가장 크다.

다만 상승추세는 다소 완만해지는 흐름이다.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0.6%, 3~5월 0.7%를 기록했지만, 6월에는 0.6%로 상승 폭이 꺾였다. 이후 7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0.5% 오르며 상승 폭이 점차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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