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부동산 경기둔화에 증권사 PF 부실 위험 증가

2022-08-04 11:26:11 게재

중·후순위 브릿지론 비중 높은 중소형사 신용등급 '빨간불'

증권업 수익성 저하·건전성 위험 확대 … 유동성위험 경계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둔화로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중후순위 브릿지론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져)가 큰 중소형증권사의 경우 수익성 저하와 자산건전성 위험이 커지면서 신용등급 하락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본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비중 64% = 4일 국내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PF 수익 의존도가 증가하는 가운데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됐고, 건설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 저하 위험이 높아지면서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신용평가는 전일 열린 웹세미나에서 "최근 주거용과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 수요가 크게 위축되는 등 전방위적으로 부동산금융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며 "건설공사비 증가는 부동산개발사업의 수익성을 저하시키고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24개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익스포져) 규모는 우발부채 28조4000억원, 대출채권 7조2000억원, 부동산펀드 9조2000억원 등 총 44조7000억원에 달한다. 자기자본대비 부동산금융의 위험노출액 비중은 대형사의 경우 64%, 중형사 65%, 소형사 62% 수준이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비중이 가장 높은 업체는 125%를 기록한 메리츠증권으로 나타났다. 자본 3조원 이상 대형사 중에서는 메리츠증권 다음으로 삼성증권이 73%로 비중이 가장 컸고 한국투자증권(59%), NH투자증권(52%), 미래에셋증권(45%) 순이었다.

자본 1~3조원 중형사 그룹에서는 현대차증권(110%)과 하이투자증권(94%)이, 자본 1조원 미만 소형 증권사 그룹에서는 다올투자증권(100%), 유진투자증권(85%) 순으로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았다.


◆브릿지론 부실화 위험 상승 = 부동산금융 익스포져는 크게 우발부채, 대출채권, 부동산펀드 등으로 구성된다. 사업단계별로는 브릿지론, 부동산 PF(본 PF), Non-PF(논 PF, 기준공 담보대출, 부동산 매입 펀드 등)로 나뉜다. 9조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펀드는 대형사가 8조6000억원으로 93%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익스포져 비중이 77%로 높다. 오피스(업무), 호텔(숙박) 등 해외대체투자 영업 일환의 익스포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재우 한신평 연구원은 "해외 오피스 및 호텔 등의 건전성 저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또 부동산 펀드 형태의 경우 자료의 불투명성이 높아 위험 파악이 어려운 블랙박스 상태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펀드를 제외한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은 약 35조5000억원이다. 이 중 브릿지론은 8조2000억원, 본 PF 19조3000억원, 논 PF는 7조9000억원 규모다.

사업부지 인수 단계에서는 브릿지론을 실행하고 공사비 조달 단계에서는 본 PF를 실행한다. 마지막 단계는 담보대출 및 부동산 매입 펀드 등의 논 PF로 분류된다.

브리지론은 본 PF 전 시행사가 땅을 사고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빌려주는 단기 대출로 사업부지 취득 위험, 사업승인(인허가) 위험, 본PF 전환 위험 등이 있다. 브릿지론과 본 PF는 부동산이나 분양경기 변동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연구원은 "부동산 PF 중 마중물 격 자금인 브리지론 위험도가 더욱 높아졌다"며 "중소형사의 브릿지론과 본 PF 익스포져 노출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본 대비 부동산 PF 및 브릿지론 익스포져 비중이 대형사가 37%인 반면, 중형사는 47%, 소형사는 49%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 기타 광역시의 투자 비중이 대형사보다 높다.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한 부동산 개발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수도권 현장의 경우, 브릿지론이 본PF로 미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후순위 브릿지론은 본 PF로 못 넘어가게 되면 대부분 전액 손실로 추산된다.

◆중소형사일수록 중후순위 비중 높아 = 중소형사의 경우 변제순위 구성에서도 중후순위 비중이 높았다. 자기자본 규모가 1조~3조원 사이인 중형 증권사는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63%, 1조원 이하 소형 증권사는 72%인 반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대형사는 30% 수준에 그쳤다. 중소형사가 대형사의 2배 수준이다. 중후순위 대출은 선순위 대출에 비해 변제 순위가 낮지만 높은 금리를 받는다. 브릿지론의 후순위성 투자는 사실상 부동산 개발사업에 에쿼티성(지분) 투자를 한 것이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중소형사는 브릿지론에서도 중후순위 비중이 대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브릿지론 중후순위 비중은 대형사 40%, 중형사 71%, 소형사 68%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거래대금 급감, 주식·채권 운용 부진과 더불어, 증권사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부동산금융 위축으로 인해 증권업 실적이 저하되고 있다"며 "유동성 장세 속 위험을 과도하게 인수했던 일부 증권사는 수익성 저하뿐만 아니라 투자자산 부실화 위험에도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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