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급등 비상, 정부 추석민생대책 고심

2022-08-05 11:07:49 게재

심상찮은 먹거리 오름세

내주 민생안정대책 발표

성수품 등 공급대책 중심

뾰족한 방안 안보여 고심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연 6% 이상 폭등하자 정부가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다. 예년보다 약 2주 앞당겨진 시점이다.

특히 채소류와 곡물 등 먹거리 가격이 당분간 고공행진할 것으로 보여 정부 고심이 커지고 있다. 예년과 같은 공급대책 중심의 '추석 민생대책'만으로는 오르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매달 민생대책 쏟아내는 정부 = 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주 중 생활물가 안정과 민생여건 개선을 위해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한다. 이는 지난 5월 말 민생안정대책, 6월 물가안정 대책, 지난달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방안 발표 등에 이은 추가 대책이다. 정부로서는 거의 매달 1~2차례 민생대책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9월 21일 추석을 앞두고 8월 26일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추석은 9월 10일로 작년보다 열흘 정도 빠른 데다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어 대책 마련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의 잦은 민생대책으로도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현재 물가 상황의 요인이 국내가 아닌 글로벌 변수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서 정부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담스런 생활물가 상승세 = 실제 지난달 전년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를 기록했다. 지난 6월 6.0%에 이어 두 달 연속 6%대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최근 먹거리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분기 밀·옥수수·쌀 등 곡물 수입단가가 2분기보다 15.9% 오른 189.1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4분기 이후 8분기째 상승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입단가가 오른 것이 먹거리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밀가루(36.4%), 국수(32.9%), 빵(12.6%) 등 수입 곡물단가 영향을 받는 품목들이 대부분 올랐다. 결국 3분기까지는 먹거리 물가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채소류는 더위 등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1년 전보다 25.9% 급등했고, 7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된 여파로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15.7% 올랐다. 관련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크게 오르며 서민 부담을 키웠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선정해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7.9% 상승했다.

◆특단대책 고심하지만 = 이에 따라 추석민생대책에는 △추석 성수기 물품 출하·가격 조정 △비축물량 조기방출 등 농축수산물 공급확대 △할인행사 △취약계층 지원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기재부는 지난해에도 추석 민생대책을 통해 16대 성수품 일평균 공급량을 평시의 1.4배로 늘리고 공급 시기는 추석 3주 전으로 앞당긴 바 있다. 농산물 공급 규모는 평시 대비 2.4배 규모로 늘렸고 농축수산물 20% 할인쿠폰을 발매했다.

정부는 예년과 같은 공급대책 중심을 벗어나 서민의 물가부담을 경감할 방안을 찾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교통·통신·의료·교육비 등 생계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명절마다 확대해 온 온라인 상품권 발행은 이번 추석에도 늘릴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의 명절 자금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특별자금 대출·보증을 공급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는 어려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세금 납부 기한을 미뤄주는 세정지원을 강화하고 국세 환급금을 예정보다 빠르게 지급하는 방안 등도 대책에 포함할 전망이다.

◆밥상물가 안정될까 =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 대비해 밥상물가 안정과 필수 생계비 경감 내용을 담은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조기에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추석이 이례적으로 이르다. 조만간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성수품 가격 관리를 중심으로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은 채소를 비롯한 성수품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해 "배추 같은 경우 비축 물량을 풀기도 하고 수출용 배추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수입해 8월 중 풀어 국내 시장에서 배추 수급상 어려움을 완화해줄 것"이라며 "그런 식의 여러 가지 대책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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